[뉴스토마토 증권팀] 국내 자본시장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자본시장법은 2008년 4월 시행령이 입법예고된 시점을 감안하면 올해로 5살이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는 규제완화를 바탕으로 시장규모가 커지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을 만들며 구상했던 미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업계의 발전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산업의 현주소와 개선점에 대해 5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주]
증권산업이 출혈경쟁과 수익성 악화라는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증권사들이 비용 효율성을 높이거나 충성심이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독창적인 서비스를 통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정된 국내 시장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대형화와 경쟁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 연구위원은 "증권산업은 국내 비즈니스를 넘어야 하는데 해외시장을 뛰어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며 "하지만 해외시장으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의 정책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소의 까다로운 규정이 너무 증권사를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다.
A증권사 해외IPO팀 부장은 "해외기업 공모물량의 10%를 주관사가 떠안는 건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당장 중국, 홍콩, 대만시장 어디에도 이런 규정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B증권사 IPO팀 팀장도 "차라리 코스닥 소속부제처럼 외국시장부를 따로 설치해 투자할 의사가 있는 투자자만 투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공모물량 10%를 떠안으라고 강제하는 것보단 훨씬 공정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증권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업체 수가 늘어난 만큼, 생존경쟁과 체질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퇴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 유지 요건을 인가시 자기자본의 90% 이상으로 높이고, 대주주의 적격성 문제가 발생한 경우 좀더 엄격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해치지 않는 선까지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파생상품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상품별 편중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주식옵션의 거래가 안되는 큰 이유는 유동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헤지(hedge) 목적이나 투자적인 목적이 조화를 이루다보면 거래 수요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증권사 관계자는 "현재의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아니다"라며 "정보를 잘 찾아볼 수 있고 의사판단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투자자 보호"라고 지적했다.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금융당국이나 개별 증권사에서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도를 더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활용을 위해 관(官)이나 은행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것보다 증권업계에 대해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CEO가 업계 발전에는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D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의 모회사나 지주사는 네트워크 등을 강조하며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실제 큰 그림에서 증권사의 살림을 꾸리는 데는 증권업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선장으로 등용돼야 부하직원들도 믿고 따르는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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