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경제 결국 '저성장 늪' 빠지나..잇따른 성장률 하향
한은, 올 한국 성장률 3.5%로 하향 조정
ADB, 4.3%→3.4% 수정 전망
지나친 수출의존 경제..한국경제 운명 선진국 손에
2012-04-16 14:57:57 2012-04-16 16:24:10
[뉴스토마토 이상원·김혜실기자] 세계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한국경제도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두 차례 대형 악재를 잘 버텨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절름발이'형 경제구조 때문에 결국 위기 과정에서 무너진 선진국들의 운명에 따라 우리 경제의 흥망도 결정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은, 올 한국 GDP 성장률 3.5%로 하향
 
한국은행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또 다시 내려잡았다.
 
한은은 16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세계경제 성장률 하향이 큰 몫을 했다.
 
우선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6%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0.2%포인트 낮춘 3.4%로 예상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2.3%, 일본 2.2%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반면 중국 성장률은 8.6%에서 8.3%로, 유로지역 성장률을 0.1%에 -0.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발표 당시 한은은 유로지역 국가채무문제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와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로 올 상반기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유로지역 상황이 개선되면서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의 불안 완화에도 여전히 유로지역 재정지출 축소, 디레버리징 등으로 실물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여 유로지역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수정한 것.
 
고용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소비와 생산활동이 위축되면서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ADB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성장률 '하향'"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 13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3%에서 3.4%로 0.9%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의 경기둔화는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성장률의 하향조정한 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ADB가 이번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싱가포르와 홍콩의 성장전망을 크게 낮춰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홍콩은 올해 3.0%의 성장에 그치고, 싱가포르는 2.8% 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모두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다.
 
 
반면 수출의존도가 낮고 내수시장이 탄탄한 인도네시아(6.4%), 인도(7.0%), 스리랑카(7.0%)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ADB는 한국의 높은 중국 의존도에 주목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경우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중국 수출은 31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3% 늘어난 전체 수출증가분의 5분의1 수준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글로벌 경제로 높은 대외 의존을 보이는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 성장 기여도 2.6%p→1.4%p
 
이 같은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세계교역 신장세와 한국 수출 증가폭 역시 축소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세계교역 신장률을 기존 5.4%에서 4.0%로 크게 낮췄다.
 
올해 우리 상품 수출도 지난해 말 5.0%로 예상됐지만 4.8%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2.6%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낮아진 반면 내수는 1.1%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전망치 보다도 수출 0.2%포인트, 수입 0.1%포인트 낮아졌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145억달러로 지난해 265억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축소되면서 기존 전망치 130억달러에 비해서는 흑자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또한 높은 물가와 부채부담 등으로 수출둔화를 메우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선진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출이 지난해 보다 크게 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명목상 수출입 증가율은 올라가지만 실질 물량기준 수출입 증가율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기 이전의 높은 성장률과 비교하지 말고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용 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높은 성장률은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펑펑쓸 때의 비정상적인 성장"이라며 "글로벌 위기 이전의 성장률을 벤치마킹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이상원 기자 lsw19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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