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가 교단 소속 승려들의 거액 도박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10일 총무원 집행부 승려 6명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조계종은 대국민 사과문 발표 등도 예정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뒤에서 당황을 감추지 못하는 조직이 또 있다.
바로 NH농협은행이다.
NH농협은행은 하필 도박사태가 불거진 10일 오전 조계종에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을 주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농협은행의 조계종 여신 규모는 총 99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번 협약으로 조계종은 총 500억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계종은 운전자금대출 400억원, 종합통장대출 100억원을 포함해 총 500억원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은행은 종교 자체를 믿고 대출 한도를 늘려주겠다고 밝혔지만, 조계종의 비도덕적인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분명 조계종은 은행들이 탐낼 만한 큰 손임에 틀림없다.
불교 사찰들은 특성상 지방 구석구석에 위치, 접근성 때문에 오랜시간 주로 농협은행과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KB국민은행이 조계종에 손을 뻗자 NH농협은 대응책으로 이번 협약을 추진했다.
NH농협은행 측은 "이미 협약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면서도 "한도만 정해놓은 것일 뿐 대출 심의를 통과해야 하고 사찰마다 담보도 설정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교롭게 NH농협은행이 조계종과 협약을 맺은날 조계종의 도박 사건이 터지면서 NH농협은행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지주사 체제로 재탄생한 농협 입장에서는 향후 더욱 더 신중하고 꼼꼼한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때문에 너무 서두르다 보면 지주 체제로 바꼈음에도 지금까지 들어왔던 '사고많은 농협'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는 길도 돌아가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난 말처럼 농협이 제도금융권에서 제대로 된 '선수'가 되길 원한다면 눈에 보이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내실을 다져 장기전에 대비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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