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오는 8월부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에 한해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키로했지만 실적을 위한 '생색내기'용 대책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이 카드사들의 현행 발급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에 한해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700만명에 달하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 가운데 300만명은 이미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400만명에 속해있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 역시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소득, 재산 등을 감안해 결제능력이 입증 가능한 경우는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제외 사항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발표한 이번 대책은 카드사들이 현재 신용카드 발급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기준과 큰 차이가 없어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높은 연체율은 수익 악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카드사에서도 신용등급이나 결제 능력을 고려해 회원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단순히 신용등급뿐 아니라 당국이 제시한 신용등급과 차이가 있더라도 결제능력에 따라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도 "지금까지도 카드사들이 건전성을 위해 자체적으로 카드 발급 기준을 마련해 해당자에게만 카드를 발급했다"면서 "다만 규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부터 (7등급이하 신용카드 발급 제한이)시행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지금과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줄이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모양새'만 갖춘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건전성 측면에서 감독을 해야하는 게 마땅하다"며 "실적을 내기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카드사들의 개별 행위에 대해 지침을 내리고 제한하는 행태는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카드사에 맡겨도 되는 것을 제한하고 간섭하다보니 카드사는 회피하는 방법을 부단히 찾게 된다"며 "이로써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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