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삼성·애플 ‘특허분쟁’, 힘의 균형 ‘팽팽’
2012-05-25 20:53:38 2012-05-25 20:54:02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앵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늘밤 귀국합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의 담판이 별 다른 소득 없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양사 간 특허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성 기자 자리했습니다.
 
김 기자, 두 사람 간 회동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죠.
 
기자: 속단하기엔 이릅니다만, 현재로선 그렇게 보는 것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오늘 이렇게 말하더군요. “현 상황에서는 만나봤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없다.” 미국 현지 법원의 중재로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앉긴 했지만, 지금은 기싸움을 벌이는 과정이라는 거죠.
 
양사의 스탠스를 보면 실제 강 대 강입니다. 협상을 앞둔 18일 삼성이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 제기하자, 애플은 곧바로 모바일 D램의 수급처를 일본 엘피다로 다변화할 수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어 협상 당일인 21일엔 미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삼성의 갤럭시탭10.1 판매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날을 바짝 세운 채 서로를 자극하며 신경전을 벌였던 겁니다. 기선잡기의 일환인 거죠.
 
이 과정을 통해 양사의 최고 수뇌부가 마주했습니다. 당연히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죠.
 
현지시간으로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장장 16시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간극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입장과 향후 전략을 알아내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였다는 후문입니다.
  
앵커: 서로가 득이 될 게 없는 싸움 아닌가요.
 
기자: 아니, 정반대입니다. 1년여를 서로가 물고 물리면서 양사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특히 삼성이 거둔 유무형의 효과는 2억 달러로 추산되는 소송비용을 훨씬 넘어섭니다.
 
1년 전 애플이 포문을 열 때만 해도 삼성의 위기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결과론적으로 보면 삼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적수로 자리했습니다.
 
전 세계 주요국에서 소송전이 전개되면서 삼성이 애플의 라이벌로 인식되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 거죠.
 
전문가들 역시 이 점을 빼놓지 않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윤선희 한양대 교수는 “세계 모든 언론사들이 애플과의 소송 내용을 다루다 보니 삼성으로선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고, 이세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으로서는 특허분쟁 장기화에 따라 언론 노출 빈도가 높아져 애플과 대등한 회사로 인식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삼성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데요, 한 임원은 “애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효과를 거둔 측면이 분명 있다. 막대한 소송비용과 장기전에 따른 피로 등 손해 본 것도 있지만 애플과의 양강 구도라는 부수입도 뒤따랐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의 경우 정도의 차이일 뿐 같은 효과를 누렸습니다. 삼성을 계속해서 카피캣, 우리말로 모방꾼이죠, 이라고 비난적 어조를 이어가는 데는 내가 ‘원조’라는 시장 지배자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습니다.
 
1강 독주보다는 언제든 견제 가능한 2등을 두는 게 전체 시장 구도로 봐선 낫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단한 자신감인 거죠. 그래서 전임자였던 스티브 잡스와 달리 합리적 온건주의라고 평가받는 팀 쿡이 대(對) 삼성전에서만큼은 강공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이면에는 표면적 ‘실’보다 큰 ‘득’이 있었다는 얘기군요. 자, 그럼 앞으로 전개 양상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지지 않는 한 끝까지 간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힘의 균열이 생기면 그때서야 비로소 물밑협상이 가능해 진다는 얘기입니다.
 
삼성도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계자는 “지금은 강 대 강이다. 한번 밀리면 싸움에서 지는 것이기 때문에 애플이 100의 강도로 공격한다면, 삼성으로선 최하 100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일단 소송전에 전념하겠다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특허분쟁에 대한 자신감도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은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은 ‘3세대(3G) 통신’이라는 원천 기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은 미국에서만 3만여건의 표준 특허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결국 디자인은 차별성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원천 기술은 전혀 새로운 방식의 기술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응용 내지 도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또 특허전이란 게 양측이 서로 침해를 주장했을 경우 일방적 결론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서로가 차선을 위반해 부딪쳤을 경우 자동차보험사들 간 합의와 같은 거라는 거죠. 5대5로 한번 가보자는 배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앞서 말씀 드렸듯이 힘의 균형이고, 이는 시장 지배력에서 나옵니다. 삼성이 올 들어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했는데, 이 격차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면 이는 곧 합의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올 하반기 출시될 갤럭시S3와 아이폰5 간 정면대결 결과가 힘의 균형, 나아가 특허분쟁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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