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에 이어 스펙시트까지 유로존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G2로 위상이 강화된 중국마저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그리스에서 점차 스페인으로 불똥이 튀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구제금융을 신청한 스페인의 방키아 은행이 자본확충 방안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 유로존 이번엔 스페인 '폭탄'..떨고 있는 금융시장
30일 (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스페인 은행들은 이미 1840억유로에 달하는 부동산채권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부동산 거품 붕괴가 몰고 온 스페인 은행 부실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스페인 정부의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페인 정부가 약속한 방키아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190억유로에 달하지만 스페인은행 구조조정기금에서 남은 현금은 50억유로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스페인도 머지않아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고,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는 6.67%를 기록하면서 '마의 기준'인 7%에 근접했다. 코스피지수도 장중 한 때 1800선 초반까지 주저앉았고 11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80원까지 치솟았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그리스 2차 총선 전까지는 환율 추이가 진정되기 어렵고 다음달 말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 시한과 7월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만기를 앞두고 주변국으로의 전이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유로존 능가하는 차이나리스크..韓경제 어쩌나
일각에서는 금융시장의 모든 시선이 유로존에 쏠린 나머지 더 큰 리스크인 중국을 간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진짜 위기는 유로존이 아닌 중국에서 터질 수 있으며 그 파장은 유로존보다 더 위협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우려를 반영하듯 중국의 경기지표는 지난달 들어 일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9.3%로 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으며, 전월대비 증가율도 4.9%로 전월 8.9%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내수도 부진하다. 지난해 말 18.1%였던 소비증가율은 지난달 14%로 떨어졌고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도 평년에 비해 30%이상 급감했다. 생산과 투자 소비 등 전반적으로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8.1%로 8.25%인 시장 예상치를 밑돌 뿐 아니라 5분기 연속 둔화됐다"며 경착륙을 우려했다.
차이나리스크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로존에 비해 2배 이상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4.1%로 절대적인 수준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국내 GDP 성장률은 0.3%~0.5% 떨어지고 수출 증가율은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 품목 중 70% 이상이 중국의 수출용 완제품에 필요한 중간재이기 때문에 중국 성장이 둔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중 수출 증가율은 14.9%로 전체 평균 19.4%보다 4.5%포인트 낮았고 올해 들어 4월까지의 대중수출 증가율도 0.3% 감소해 전체 평균증가율 0.8%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그 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의 고성장에 힘입어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 의존도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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