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은행들이 공무원과 대학생 고객을 잡기 위해 한바탕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종시를 필두로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유치를 놓고 은행권이 본격 경쟁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대학생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77개 지자체 금고 쟁탈전 본격 '돌입'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세종시출범준비단은 지난달 29일 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에 농협, 2금고는 우리은행을 각각 선정했다.
이번 세종시 금고은행 선정에는 신한·하나·우리·국민·기업 등 6개 은행이 경합을 벌였다.
2014년말까지 세종시 금고 역할을 할 1금고 농협은 일반회계와 기금, 2금고 우리은행은 특별회계를 관리한다.
세종시는 연간 예산만 4000억원에 달하고 800명의 공무원들을 고객으로 거래를 틀 수도 있어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부금 5억원에 자전거 1000대 기증 등 세종시 예금 유치를 위해 공을 많이 들였지만 결국 조건보다는 지역 정서에 강한 농협이 선정됐다"며 아쉬워했다.
세종시 금고 선정은 마무리됐지만 지자체 금고 쟁탈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 말까지 연간 예산이 8조원인 부산을 비롯해 성남시 등 77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시금고은행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지자체금고 은행이 되면 거액의 예금을 유치할 수 있고 공무원 등 우량 고객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 은행들이 시금고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시금고를 유치하면 대외신뢰도 향상 등 외에도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자체의 금고열쇠를 가장 많이 차지한 곳은 농협으로 시금고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농협은 특혜 시비 등에 엮이지 않으려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선정하는데 부담이 덜하다"며 "특히, 조합조직 등 지역기반이 강해 웬만해선 당해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색이 별로 없는 수도권 지역은 농협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은행 역랑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이 중 연간 예산 21조원인 서울시는 100년 넘게 우리은행이 독점해왔다. 상업은행 시절부터 한빛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금고지기를 맡았던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서는 만일 입찰시 타 은행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 서울시가 우리은행에 정보를 흘릴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위는 독보적이다.
◇ 지자체 능가하는 대학..기부금 수백억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못지 않게 신경을 쓰는 곳은 대학가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이젠 지점이 들어갈 대학교도 별로 없다"면서도 "경쟁이 치열한 대학에 입점하려면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발전기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위 'SKY'로 불리는 대학의 주거래은행이 되기 위한 경쟁은 지차체를 능가할 정도다. 일례로 서울 소재 사립대학 K와 Y대의 경우 지점을 내려면 150억에서 200억정도의 발전기금을 내야하며 유명 여대는 이를 능가하는 300억원 수준은 돼야 경쟁이 가능한 실정이다.
여성은 졸업 후 취직을 하더라도 처음 만든 통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커 은행들의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국립대인 S대의 경우 농협이 굳건히 터줏대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벽이 워낙 높다보니 한 시중은행이 50억 기부금을 내고 자동화기기를 들여놓자마자 농협 항의에 부딪혀 바로 철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농협은 서울대를 상대로 1970년대 박 전 대통령이 '농협은 농민을 위한 은행'이라며 친필로 쓴 추천서를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은행 입장에서 대학생은 매력적인 고객은 아니다. 대학생은 은행 마진이 큰 신용카드나 펀드 대신 연회비가 없고 한도 내에서만 사용하는 체크카드를 즐겨 쓴다.
하지만 졸업 후 돈을 벌기 시작하면 우량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치, 미래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대학시절에 거래했던 은행이 향후 장년층이 되고 난 후에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은행들이 이 점을 노리고 미리 투자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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