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유로존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에 묶여 있다. 은행의 예금 회전율이 낮아지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자금부동화 조짐이 뚜렷해진 것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예금 회전율은 3.9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3.9회)을 제외하면 지난해 2월(3.8회)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 회전율은 예금의 월중 지급액을 예금통화의 평균잔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회전율이 높으면 소비나 투자 등을 위한 예금 인출이 빈번했다는 뜻이고, 회전율이 낮으면 은행에 돈을 묶여있다는 뜻이다.
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12월 4.5회를 기록한 이후 1월 4.2회 2월 4.1회 3월 4.1회 4월 3.9회로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도 32.2회로 지난 2010년 2월 30.1회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보통예금 회전율은 18.8회로 전월보다 0.9회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월 평균 0.2회를 꾸준히 유지하던 정기예금 회전율도 지난4월 0.1회로 떨어졌다.
예금 회전율이 낮아진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안전한 은행에 돈을 묻어두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올해 1월에는 4조7000억원 빠져나갔지만 2월 3조8000억원, 3월 7조9000억원, 4월 2조8000억원 등 매월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1년 이상 2년 미만의 정기예금잔액은 지난 4월 409조7000억원으로 한달 간 7조원이나 불었다.
한은 관계자는 "불안해진 고객들은 증시 대신 은행을 선택하고, 은행들도 자본 확충을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예금을 끌어들였다"며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때문에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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