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외국법원' 송달요건 안갖춘 승소판결..국내 효력無"
2012-06-19 14:03:22 2012-06-19 14:04:08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미국 재판에서 국내 당사자를 상대로 승소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송달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면, 판결의 효력은 국내에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2부(재판장 박형남)는 액정기술 관련사업을 하는 미국 소재 회사의 대표 S씨가 "미국에서 내려진 판결의 집행을 허가해 달라"며 국내 I회사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각하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워싱턴주법은 워싱턴주 밖에 주소를 둔 사람에게 60일의 응소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S씨가 이러한 규정을 따르지 않고 20일의 응소기간만을 부여해 소환장을 송달한 것은 적법한 방식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적법하지 않은 송달절차로 진행되어 승소했다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판결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송달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국 판결은 그 자체로 무효이기 때문에 사후에 미국 법원으로부터 잘못된 응소기간을 바로잡았다고 해도 판결의 효력이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S씨는 지난 2002년 한국의 I사가 자신의 미국회사 자산을 인수해 디스플레이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맺은 출자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미국 워싱턴주 클라크 카운티 1심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S씨는 I사가 응소하지 않자 결석재판(당사자 한쪽이 출석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신청해 2004년 12월 워싱턴주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후 S씨는 한국의 법원에 미국의 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송달 요건을 갖추지 못한 판결에 해당해 집행판결로 그 적법함을 선고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워싱턴주 대법관 출신 변호사 2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변론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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