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의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재추진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난에 부딪힌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에 대해서도 민영화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공항 민영화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관련 시설을 하나 둘씩 민영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선회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민영화를 통해 특정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 이사회는 지난 11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정부소유의 급유시설을 1986억원에 인수하고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 넘기기로 했다. 내주 중 긴급입찰을 통해 운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국내외 항공사에 항공유를 공급하는 인천공항급유시설은 민간투자사업으로 건설됐다.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가 인천공항급유시설과의 협약을 통해 2001년 3월29일 급유시설을 기부체납받는 대신 수익사업권(관리운영권)을 2012년 8월13일까지 인천공항급유시설에 넘겨주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의 결정은 관리운영권의 종료를 앞두고 인천공항공사가 이 시설을 인수하되, 운영권을 국가에 돌려주지 않고, 다시 민간에 넘긴다는 방침을 정한 셈이다.
인천공항급유시설이 다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게 되면서 인천공항을 민영화하려는 정부의 수순밟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호중 민주통합당 의원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급유시설이 대단한 경영기법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60억~70억원의 흑자를 봐온 사업관리운영권을 무조건 넘기려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문병호 의원은 "급유시설은 알짜배기 수익사업이고, 굳이 정부가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려하는 것은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려하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특혜를 주려하는 의혹에는 이유가 있다"며 "이번 한일군사협정 졸속추진파문의 주인공인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이 조양호 회장 4촌동생 조주연의 남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입찰일정이 촉발하게 잡힌 점도 정부의 특정기업 밀어주기 의혹에 무게를 실어준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오는 16일 급유시설 운영권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고, 23일부터는 입찰신청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의 핵심시설이자 연매출 200여억원이 넘는 알짜배기 시설을 운영할 업체를 1주일여만에 결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급유시설의 운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것이 인천공항 민영화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핵심시설인 급유시설이 민간에 넘어가면 터미널, 창고, 정비시설 등 나머지 인천공항 내 민자시설도 정부와의 운영계약이 끝나는대로 민영화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급유시설 위탁은 인천공항 지분매각과 전혀 무관하다"며 "인천공항공사가 그 안에 입주해 있는 시설을 모두 관리할 필요는 없고 상당수는 민간에 위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가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투명하게 인천공항급유시설 차기 운영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이상 한진그룹의 특혜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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