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하계 전력 피크기를 앞두고 전력수급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력시설에 대한 안전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전소의 잦은 고장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9월8일 '올여름 전력난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발전소 책임운영제, 고장 복구 패트롤(Patrol)제, 핵심설비 3중 점검제 등을 통해 발전소 고장률을 70% 줄였다고 밝혔다.
또 3556개 기업을 대상으로 약310만kW의 수요관리를 함께 시행해 타이트한 전력 수급 상황에서도 큰 위기 없이 넘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경부의 자화자찬이 나온지 7일 후 수요예측 실패와 보고 시스템·관계 기관 공조 미비로 유래없던 대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여름이 지나가자 전력 피크가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 섣불리 샴페인을 터트린 방심이 재앙을 초래한 셈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발전소의 고장 건수마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고리원전 1호기의 비상디젤발전기 고장으로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리원전 간부들이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고장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 고리원전 1호기는 약 6개월 동안 가동이 중단됐다.
3월에는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소인 충남 보령 화력발전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한국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발생한 한전 발전자회사 소속 발전소의 고장건수는 연료별로 LNG 27건, 유연탄 8건, 중유 5건, 국내탄 2건, 수력 1건이다. 여기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표한 원전 사고 7건을 합치면 모두 50건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건이 늘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발전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 되고, 발전기 대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고장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으로 사안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경부에서도 결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고장건수를 0으로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력시설 안전관리 제도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관리·운영책임자에게 연대책임을 묻거나 신속한 복구 등 사후관리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전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행 전기사업법은 원자력발전소를 제외한 발전소의 주 설비에 대해 2~4년에 한 번씩 전기안전공사의 정기검사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비상발전기, 보조보일러 등 보조설비는 관련 규정이 없어 전력회사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력시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송전·변전·배전설비 등 전기계통설비 역시 마찬가지다. 기준을 충족하는 일부 설비에 한해 최초 설치 때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검사만 받으면 된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국가기반시설인 전력시설은 공인기관의 객관적인 안전 검증이 필수적"이라며 "전력수급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시급히 안전검증제도를 강화해 설비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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