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한국경제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우리경제의 효자노릇을 해온 수출은 물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내수부양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침체로 당분간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내수 부양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수출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韓 3분기 수출도 부진..불황형 흑자 이어갈 듯"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세계 경기둔화의 여파로 한국 수출이 3분기에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09년 이후 수출이 2개월 연속 5% 이상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불확실성으로 제조업자들이 설비 투자를 축소하면서 자본재 수입도 급감했다"고 평가했다.
JP모건도 "수입의 40∼50%가 수출을 위한 수입임을 고려하면 당분간 수출 약세가 지속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 감소하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향후에도 이어질 경우 올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클레이즈는 "7월 경상수지가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며 "향후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큰 폭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내수둔화 등에 따른 수입감소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7월 경상수지는 61억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6개월 째 흑자를 기록하며 올 1월부터 7월까지 흑자 규모는 198억5000만달러로, 한은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200억달러를 거의 달성했다.
하지만 7월 수출은 46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하락하고 수입도 5.8% 줄어든 41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유동성, 필요한 곳으로 흘러야 내수부양"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장의 눈은 내수 부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한국 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는 내수 확충"이라며 "미래 경기 전망 역시 밝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보다는 소비를 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변 실장은 "내수부양을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하지만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현 상황에서는 하우스푸어 등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소비를 못하는 경우를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를 할 수 있는데 빚을 내서 소비하라고 하면 지난 2003년 카드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그렇다 보니 물가안정, 가처분 소득, 이자비용 감소 등 장기적인 대책들로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소득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 보다는 시장에 있는 유동성을 분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내수 활성화 정책을 보면 유동성 공급대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지금 필요한 것은 유동성 흐름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대기업들은 유동성이 풍부한데 투자를 안하는 상황이고 중소기업은 유동성이 없으니 정책적으로 흐름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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