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꼼수'에 '허수'까지..내수대책 '약발' 의문
근로소득세 축소?..연말정산시 세금 더 납부할 수도
양소세 면제·취득세 감면..실행여부조차 불확실
2012-09-10 19:14:05 2012-09-10 20:08:56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버금가는 '창의적인' 대책을 자신했지만, 실제 내놓은 추가 내수대책은 그에 훨씬 못미친다는 평가다.
 
사실상 추경 외에는 더 꺼내들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대책을 마련하다보니 결국에는 세금까지 손을 댄 꼴이라는 지적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줄 세금을 수개월 앞서 돌려주는 등 '꼼수'까지 동원했으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양도소득세와 소비세율 인하대책도 포함됐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번 하반기경제정책에서 내 놓은 8조5000억원 규모의 대책은 털어도 더 나올 것이 없으니까 이번에는 세제쪽으로 좀 돌아가서 세금부분을 포함하는 패키지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말정산 앞당겨 받는다?..세금 토해낼 가능성 높아져
 
10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내수활성화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근로소득세 간이세액표 개정이다.
 
근로자들의 월급에서 매월 제하는 근로소득세를 줄여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대책인데, 근로소득세를 원천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말정산 때 환급해 줄 세액을 미리 나눠주는 방식이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당장 매달 떼어내는 세금이 줄어 통장으로 들어오는 급여는 조금 늘어나겠지만, 다가오는 연말정산 때가 되면 환급받을 세액이 줄어들어 실제 부담하는 세금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미리 세금을 덜 냈기 때문에 연말정산 때 환급보다는 세금을 토해내야할 확률이 높아진다.
 
조삼모사(朝三暮四)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근로소득세 간이세액표가 달라지면 기업 경리부서에서도 일이 바빠지게 되는데, 정부는 기업쪽에 적극적인 협력을 구해보겠다는 대책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삼모사의 대책마저 제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손 안대고 코풀겠다?..투입재원 5.9조의 진실
 
정부는 이번 내수활성화 대책으로 올해 4조6000억원, 내년에 1조3000억원 등 총 5조9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이미 지난 6월말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에서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입계획을 밝힌 정부가 추가대책으로 만만치 않은 재정투입계획을 내 놓은 것이다.
 
최상목 국장은 "8조5000억원 플러스 4조6000억원(올해 추가 투입액)은 13조1000억원이니까 국내총생산(GDP)대비로는 1% 수준"이라며 "통상적으로 위기가 아닌 때의 추경규모가 GDP의 0.5%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것과 두배다. 규모 자체로는 추경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추가재정투입계획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허수'가 상당하다.
 
정부는 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으로 7000억원의 재정지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지만, 미분양주택의 양도세 면제는 사실상 허수에 불과하고, 취득세 감면의 경우 세수감소에 따른 지자체 재정보전대책이 아직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의 실행여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 팔리지 않고 있는 주택이 양도세 부담완화로 팔릴지도 의문이다. 양도세라는 것이 양도차익이 있어야만 걷을 수 있는 세금이어서 미분양주택을 산 사람들의 집값이 떨어지면 감면 자체가 필요없게 된다.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세금을 줄여주는 대책 역시 연말정산에서 환급받을 세액을 미리 떼어서 줄여주는 것으로 사실상 정부의 신규예산투입은 없는 대책이다.
 
자동차와 대용량 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부분도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며, 개별소비세 세수 자체가 워낙 적어서 정부의 재정투입계획 1000억원을 채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예비비라도 편성해서 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정부가 듣지 않았다"며 "시기도 늦고, 내용도 부실해 과연 내수를 살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촌평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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