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회사 세운다더니'..정부, 식량위기 대응책 '제자리 걸음'
시설확보·해외 곡물 수입 등 성과 부진
올해 콩·옥수수·밀 등 수입실적 전무
2012-09-25 19:21:55 2012-09-25 19:23:17
[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정부가 세계곡물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식량위기대응책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을 추진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시설확보와 해외 곡물 수입 등 당초 계획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는 식량위기 대응대책으로 지난해부터 산지에 시설을 확보하고 해외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시행중이다.
 
현재 국제 곡물은 카길과 아처대니얼스미드랜드(ADM) 등 4대 곡물 메이저 회사가 수요량의 90%를 유통하고 있다. 옥수수 900만t과 밀 300만t, 콩 100만t 등 매년 1억5000만t의 물량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들 4대 곡물 메이저에 의존하는 비율이 56.9%에 달한다. 
 
4대 메이저 곡물회사들은 국내시장에서 독과점 지위를 누리면서 가격 상승기나 불안정기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옥수수 가격이 급등한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의 공급가격은 t당 274달러로 비메이저 업체의 253달러보다 21달러 비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밀은 메이저 업체의 가격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비메이저 업체보다 항상 가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삼성물산(000830)한진(002320), STX(011810) 등 민간 3사와 투자협약을 맺고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을 가동했다.
 
현지 대형농장과 직거래해 저렴한 가격에 곡물을 들여와 해외 곡물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시카고 현지에 'aT 그레인 컴퍼니'를 설립하고 옥수수와 콩 등 해외곡물 10만t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aT 그레인 컴퍼니를 통해 수입한 물량은 목표치의 10%에 불과한 콩 1만1000t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콩 7만t과 옥수수 75만t, 밀 10만t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수입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사업의 핵심인 곡물 엘리베이터 시설 확보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곡물 직접 유통에 필요한 엘리베이터는 곡물을 건조·저장·분류·운송하는 종합시설이다.
 
aT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까지 10기의 현지 엘리베이터를 확보했어야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시설도 확보하지 못했다.
 
aT는 지난해 말부터 현지 곡물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선회, 엘리베이터를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산지 엘리베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4개 현지 곡물업체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산지 엘리베이터 확보 실패의 원인으로 정부의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산지 엘리베이터 구매 의사를 너무 크게 발표하면서 매입이 힘들어지고 가격도 치솟았다는 설명이다.
 
한석호 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연구위원은 "일본도 산지 엘리베이터 확보에 10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전략적으로 구매 접근을 했어야하는데 너무 크게 발표하면서 부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식량위기 대책도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곡물 수요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공비축 대상 작물 확대와 할당관세 연장 등의 대책은 근본적인 식량위기 대응정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활용 등을 통해 국내 곡물 자급율을 높이고 해외 곡물 확대를 위해 곡물조달시스템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정부의 할당관세 인하 연장 같은 대책도 필요하지만 식량위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휴경지를 활용해 자급율을 높이고 해외 곡물 확보를 위해 실수요자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국가곡물조달시스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곡물조달시스템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0억원과 442억원이 책정됐으며, 오는 2015년까지 1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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