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매출액이 낮다는 이유로 돈줄이 막히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대출을 하려면 신용도가 중요한데 그걸 매출액 대비로만 보니까.. 답답하죠, 저희는."
반월·시화 산업단지에서 만난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술 개발과 투자에 힘써야하지만 매출이 낮은 중소기업들로서는 자금 마련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으려는 업체들이 '낮은 신용도'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년간 회사채를 발행한 중소기업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회사채 발행 시 중소기업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낮은 신용도'(47.9%)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이어 '발행액과 금리결정'(31.5%)과 '발행 시 투자기관의 추가 조건 요구'(11%), '회사채 투자기관 확정'(5.5%), '기업 공시 의무 부담'(4.1%) 등의 애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채 발행 시 중소기업들이 겪은 어려움' 조사 결과(출처: 대한상공회의소)
회사채를 발행하는 이유에 대해 중소기업의 50%가 '자금계획 수립이 용이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시중은행 대출보다 비용이 저렴해서'(26%), '법인세 절감효과가 있어서'(5.5%) 등의 답변도 나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요즘 회사채는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장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하지만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 실적은 지난 8월까지 5건에 그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신용 중소기업들도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회사채 발행시장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소기업 전용 회사채 시장인 '적격기관투자자 제도(Qualified Institutional Buyers)'의 활용 실적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채 발행을 해본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100개 업체 중 QIB 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1곳에 그쳤다.
QIB는 정부 승인을 받은 기관투자자만이 참여해 비상장기업 증권과 해외기업 발행 증권을 거래하는 제도로, 채권 발행 시 발행·유통공시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QIB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로 '제도에 대한 홍보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중소기업도 자금조달 통로를 다양화해 위기 시 유동성 부족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자 요건을 완화해 QIB 제도 참여를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회사채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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