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이 국정감사를 통해 태안 유류사고 피해지역 발전기금 1000억원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피해보상 금액을 놓고 지역민들과의 이견으로 협의가 중단되면서 사고 발생 이후 5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와 삼성중공업이 발전기금 1000억원의 집행 주체를 놓고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면서 문제는 더욱 꼬여만 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태안 유류사고 보상방식에 대한 소속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 자리에서 "피해지역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원만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하며 난관을 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2월 태안 유류사고에 대한 발전기금으로 1000억원을 내놓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2년 10월 현재까지 이 기금은 집행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에서는 "돈은 내놓았지만 정부 쪽에서 찾아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삼성중공업이 기금을 출연할 당시 명확한 주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맞섰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이 기금에 대한 성격이나 처리 방안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며 "기금을 내놓으려면 부서나 주체를 정확히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가 충청남도에 기금을 제안했지만 충청남도 측에서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회사 측은 "당시 회사 여건을 감안해 1000억원을 책정했고 내일이라도 찾아갈 수 있게 마련해 뒀지만 정부 측에서 찾아가지 않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항변했다. 정부가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협의를 떠맡기 싫어 기금 수령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문승일 유류피해대책위원회 연합회 사무국장은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중공업이 내놓는다는 1000억원은 온 바다를 기름통으로 만들어놓은 피해에 비하면 너무 적은 액수"라고 비판했다.
또 "(대책을) 발표했던 당시 방제작업을 하느라 분주해 피해를 추정하기도 불가능한 시점이었는데 어떠한 근거에서 1000억원을 산출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 측은 발전기금의 증액보다는 1000억원의 기금과 함께 현장에서의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태안에 10여명이 상주 근무하는 상황실을 운영하며 현지 활동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태안 유류피해는 지난 2007년 12월 충청남도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약 15000㎘의 원유가 유출돼 태안 앞바다를 뒤엎었고,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편 실제 피해액을 둘러싼 공방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재 대전지방법원 서산 지원에 접수된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액은 3조5339억원에 이른다. 피해주민들은 법원에 피해액 산정을 위한 사정재판을 청구했다. 오는 12월 주민들의 피해액을 결정하는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를 비관해 자살한 주민만도 네 명에 달한다. 사고 이후 피해지역 주민들이 호흡기와 폐 손상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경기대학교 등 전문기관 5곳은 생태계 손실비용 등을 산출한 결과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정부와 삼성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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