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함께 만든 '넥서스4'가 해외 출시와 동시에 물량이 동이 났을 뿐만 아니라 구글TV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등 그간의 부진을 한방에 털어 버릴 기회를 맞았다.
16일 주요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서스4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일본 등 7개국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판매된 첫날 품절 사례를 기록했다. LG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은 넥서스4가 처음이다.
넥서스4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인되고 있다. 미국 경매사이트에서는 기존 몸값 3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어 1050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국내 소비자들은 구매대행 사이트 등을 통해 오히려 역수입에 나설 정도다.
이 같은 열풍은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결코 뒤지지 않는 사양을 자랑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요 외신들은 물론 전문 평가 블로거들조차 잇단 호평을 내놓으며 넥서스4의 출시를 반겼다.
넥서스4는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옵티머스G'와 사양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3분의 1수준이다. 두 제품 모두 4.7인치 크기에 1280×768 해상도를 제공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S4 프로' 쿼드코어 칩셋을 탑재했다.
디스플레이, 카메라 화소 정도를 제외하면 운영체계는 오히려 '젤리빈'을 기본 탑재한 넥서스4가 앞선다는 평가다. 고기능·고가의 스마트폰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넥서스4가 선전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LG전자는 구글TV 제조사 가운데 최초로 자사 시리즈의 2개 모델을 최신 소프트웨어인 '구글TV 3.0'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이에 따라 47·55형 구글TV 사용자는 자연어 인식 검색, 클라우드 게임 등 향상된 스마트TV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TV 제조사 중 유일하게 업그레이드를 실시한 것을 발판 삼아 미국 시장 공략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에는 미국 외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는 등 구글과 긴밀해진 협력 관계를 통해 차세대 구글TV 개발에도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스마트TV 등을 통해 양사가 더욱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데에는 구글을 등에 업고 활로를 모색하려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구글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글의 덕을 본 대표적인 예가 바로 HTC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 초기 구글의 레퍼런스(기준)폰 판매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레퍼런스폰이 출시된 다음 분기에 스마트폰 점유율이 무려 2배나 껑충 뛰었다. 구글의 파트너로 선정된 점이 브랜드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LG전자도 넥서스4 출시로 미국과 유럽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향후 스마트폰 판매에서 그 덕을 톡톡히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온다.
구글이 삼성전자를 견제할 또 다른 제조사로 LG전자가 낙점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 동맹의 선봉장 격이었던 삼성전자가 애플과 나란히 어깨를 견줄 만큼 급성장함에 따라 구글이 내부적으로 균형 찾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에서 1위
삼성전자(005930)와 2위 애플을 제외하면 3위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구글로선 고민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기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넥서스4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면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분기당 100만대 판매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구글과 LG전자가 돈독해진 것은 구글이 삼성전자의 급성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면서 "구글은 LG전자가 확고한 3위 업체로 올라서며 1, 2위 업체들을 견제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넥서스4를 통해 모처럼 해외에서 집중조명을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반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LTE 시장에 집중하려는 통신사들의 이해와 옵티머스G에 집중하려는 자사 이해가 묘하게 맞물리면서 국내 출시 자체를 접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제조사인 LG전자가 카니발라이제이션(제품간 잠식) 현상을 우려해 LTE로 전환 중인 통신시장 탓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했다. 때문에 넥서스4 열풍이 거세질수록 제조사의 이미지가 깎이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LG전자가 구글을 등에 업고 더욱 스마트해졌지만, 정작 국내에선 똑똑해진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해외 쇼핑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넥서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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