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서울동부지검 검사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문제의 전 모 검사(30)를 24일 뇌물수수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성행위'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검사는 지난 10일 상습절도 혐의로 자신에게 수사를 받고 있던 여성 피의자 A씨와 검사실에서 유사성행위를 하고, 이틀 뒤 서울 모처의 호텔에서 만나 성관계를 가져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공무원에게 뇌물로서 성매매를 시켜주고 대신 화대를 제3자가 지불한 사건에서 화대를 뇌물로 본 판례는 있지만, '성행위' 자체를 직접 뇌물로 본 판례는 없다.
대검 감찰본부 관계자는 "혐의 중 뇌물은 금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추가적인 금품수수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말해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보고 있음을 내비쳤다.
대법원은 그러나 "뇌물죄에서 뇌물은 경제적 이익 즉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전 검사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할 경우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상된다. 또 대법원에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오게 된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성행위'도 뇌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녀간에 정·사랑에 의한 것이 아니고 처음 만나 대가관계에 있는 남녀가 성행위를 한 경우 그 성행위를 금액으로 특정할 수 없지만 금전적인 환가성이 있는 것으로 충분히 볼 여지가 있다"며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형사사건 전문변호사인 선종문 변호사도 "우리 대법원에서는 아직 성행위를 직접 뇌물로 판단한 예는 없지만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판사와 여성 피고인 간에 있었던 성관계 대해 성행위를 뇌물로 본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면 전 검사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 피의자도 뇌물공여자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 '성행위'를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뇌물죄의 객체는 '경제적 이익'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있고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또 "만일 윤락여성이 검사에게 화대를 주지 않는 대가로 불기소를 약속받은 뒤 성행위에 응한 경우라면 화대를 주지 않은 것을 경제적 이익으로 보고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화대'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검이 여론을 의식해 수사를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호사는 "당시 상황이 검사실에서 전 검사와 A씨가 단둘이 있는 상황이었고, A씨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신체접촉 등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만큼 강압에 의한 성폭행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아직 대법원 판례에서 '성행위'를 '뇌물'로 인정한 예가 없는 마당에 대가성이 있다는 논리로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금지된 확대해석"이라며 "'성폭행'을 '성추문'으로 축소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검은 전 검사를 긴급체포하면서 감찰조사를 수사로 전환하고 24일 밤 전 검사를 서울구치소로 이송했다. 대검은 이르면 내일 전 검사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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