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 모씨는 지난 2010년 카드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국에 있는 가맹점에서 김씨의 카드로 667만원이 결제됐다며 본인 사용여부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김씨는 "해당 카드는 아버지가 생필품을 사고 의료비 등을 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며 "아버지는 국내에 거주하고 있다"고 진술하고 이같은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했다.
이후 김씨는 카드사의 확인 전화가 보이스피싱인줄 알았다며 카드를 아버지께 양도한 적이 없으며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위조카드에 의한 부정매출이 발생했으니 카드사에게 피해금액을 보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김씨가 카드를 부친에게 양도해 발생한 사건이며, 경위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자신의 과실을 은폐하려 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전액보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카드사와 의견을 좁히지 못한 김씨는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사고발생 당일 김씨와 김씨의 아버지가 해외에 출국한 사실이 없고 카드 양도와 위조·부정사용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책임을 신청인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최근 매출전표에 김씨의 서명과 김씨 아버지의 서명이 모두 나타나 카드를 김씨의 아버지가 계속 소지하고 사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게 위원회의 판단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약관에 의하면 신용카드가 위·변조돼 회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회사가 회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안영일 금감원 분쟁조정국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카드 양도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김씨가 카드양도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하지만 사건 당시 김씨와 김씨의 아버지가 국내에 있던 것으로 확인되는 만큼 이 사건의 핵심은 양도가 아닌 위조카드 불법사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카드사용 내역에 따르면 김씨가 카드를 아버지께 양도해 사용케 하는 등 카드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신용카드의 위·변조에 따른 책임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에서 부담해야하므로 카드사는 부정사용에 따른 금액을 보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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