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그런데 마냥 기뻐만 하고 싶지가 않다. 이면에 숨은 불편한 진실 몇가지 때문이다.
아리랑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데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공'이 컸다.
지난 2009년 정부는 '정선아리랑'의 무형문화유산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냈다. 그런데 국가당 신청건수 제한을 받아 다른 무형유산보다 순위가 밀려 심사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중국이 '조선족 아리랑'을 자신들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발표하면서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가 급물살을 탔다.
화들짝 놀란 정부는 올해 1월 아리랑을 우선 등재대상으로 수정한 신청서를 다시 냈고 1년 가량의 시간이 지나 결국 아리랑은 전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됐다.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 제대로 가치를 깨닫지 못한 사이 다른 나라가 한발 앞서가자 뒤늦게 수습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아리랑은 애초 남북 공동으로 등재를 추진했지만 이 정부 들어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인해 시간이 지체된 것도 '비주체적 등재'에 한몫 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유산으로 이름표를 바로 달게 됐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중국이 조선족 문화를 '국유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조선 민족의 문화가 언제든 중국 문화의 하나로 이름표를 잘못 달게 될 가능성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동북공정도 이러한 '조선족 역사문화에 중국 이름표 붙이기'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중국의 조선족 국적은 당연히 중국이다. 조선 출신이지만 국제법상 엄연한 중국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중국이 조선족 문화를 중국 문화의 하나로 취급하는 것은 사실 문제 삼기가 어렵다.
다만 원류가 조선이고 원주인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은 분명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선족이 한반도 출신이고 그들에게는 한국이라는 '배경'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다시말해 조선족이 중국인이고 중국 사회의 일원이지만 그들의 문화를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 문화와 동일하게 취급하기에는 '한국'이라는 또 하나의 '이해당사자'를 좋든싫든 생각하지 않을수 없게끔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에 온 조선족의 위상을 살펴보자. 천대받는 처지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동남아 빈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온 아시아인들과 동격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말투가 이상하다고 더 무시당하기도 한다. 중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중국의 입장이 돼서 한번 생각해보자. 조선족은 그렇게 천대하면서 그들의 문화는 또 원래 우리 것이라고 강변하는 한국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조선족 즉, 재중동포가 중국과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지위와 위상이 올라간다면, 그리고 그들의 '뒷배'로 한국이 있다는 인식이 깊어지게 되면 중국도 한민족 문화유산을 더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다.
조선족은 중국인이지만 그들과 한국이 전통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표'로 만들려는 것은 한국의 '문화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연길에 있는 연변국립대학교의 한 조선족 교수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낀 조선족들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시집온 며느리.'
비록 시집은 갔지만 친정이 며느리를 계속 보살피고 챙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내 조선족 위상도 올라가고 우리 문화유산과 전통이 '한민족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도 커진다. 동북공정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이런 방법도 필요하다.
이호석 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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