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유로존이 단일통화 출범 후 가장 단합된 금융통합이라 여겨지는 은행감독기구 합의에 성공했다.
13일(현지시간) 브뤼셀에 모인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2014년 초부터 유럽중앙은행 (ECB)가 전 유럽 200여개 은행을 감시하는 법안을 결정지었다.
그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공식승인하고, 키프로스 경제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세부사항에 있어서는 여전히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구체적인 이슈들에 대한 합의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유로존 은행감독기구 합의..가장 큰 성과
은행감독기구 합의의 중요한 의의는 그리스 등 채무국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여국들의 조달 비용이 줄게 됐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합의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의견이 엇갈려 진통을 겪었고, 새벽 4시30분까지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올해 안에 사안을 매듭지으려는 독일의 의지가 작용해 극적으로 타결을 보았다.
이로써 ECB는 300억유로 이상 혹은 해당국 GDP 대비 5분의1의 자산을 보유한 은행들을 직접 감시할 권한을 갖게 됐다.
ECB의 일괄적인 감독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은행들은 방만한 운영에 대해 통제를 받을 것이며 파산 우려가 줄어들어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13년 상반기에 유럽연합(EU)는 은행 직접지원을 위한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운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남유럽 채무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14일 마무리되는 EU 정상회의에서 은행감독기구가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합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융커 의장은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은행감독기구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헤럴드 베닌크 네덜란드 틸버그 대학 교수는 "은행감독기구는 부실은행에 대한 유럽의 부담 공유를 뜻하므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며 "ECB 감독기구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은행 청산 부문에는 자국의 권한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유로존 각국 정부와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세부 운영방안 둘러싸고 논란의 불씨는 '여전'
그러나 ECB가 은행들에 자금을 대고 부실은행을 관리하는 세부방안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존재한다.
줄리안 칼로우 바클레이즈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금조달과 은행 간 합의, 상호 보증 등에 있어 아직도 민감한 이슈가 많다"고 밝혔다.
도입 시기도 문제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구제금융기금 운용 문제는 2014년까지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프랑스측은 줄곧 은행감독기구를 가능한 한 빨리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어서 확실한 합의점을 찾지는 못한 상황이다.
ECB가 전 유럽의 은행을 통솔하지는 못하며, 특히 독일의 상당수 소매 은행들은 여전히 자국의 감독 하에 놓이게 되는 것도 한계다.
이러한 이유로 ECB가 명목상으로만 감독 책임을 지고 의사결정을 강제할 수 없을 경우 은행감독기구가 무용지물이 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단일 은행감독기구가 가동되면 타국 은행의 부실경영에 비용을 지불하게 되므로 독일 등 공여국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그리스 구제금융 승인..키프로스 지원 논의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한 총 491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공식 승인했다.
지원금액 중 343억 유로는 그리스에 즉시 지급되며, 나머지는 내년 3월까지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위기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던 채무 탕감은 독일의 완고한 반대로 인해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그리스는 내년도에 두 건의 선거를 앞두고 있고, 만약 긴축에 반대하고 유로존에서 탈퇴하자는 여론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키프로스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키프로스 구제금융에 대한 해법이 금방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오는 1월까지는 의논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