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3년 신년사를 통해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충 의지를 재확인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분출될 수 있는 정치권의 다양한 재정지출 요구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방침도 강조했다.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적자국채 발행 계획을 무산시킨 것에 대한 자부심도 피력했다.
박재완 장관은 2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가진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다양한 요구에 맞닥뜨릴 것"이라면서 "'나라곳간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새삼 가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특히 "2013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우리는 국채 추가발행만큼은 끝까지 막았다. 그래서 균형재정의 원칙을 지킬 수 있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내며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바로세우기 어렵다.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이는 우리 직무의 특성이 부여한 숙명"이라고 강조했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크게 확대된 복지지출 예산을 통과시킨데 대한 우려의 표명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향후 정치권의 재정지출 확대 요구에 양보하지 말고 원칙적인 대응을 하라는 주문이다.
박 장관은 또 "원칙만으로는 각계각층의 거센 요구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때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범위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최고 성군 강희제의 좌우명으로 몸을 구부려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의 '국궁진력(鞠躬盡力)'을 언급하면서 "낮은 자세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창의적인 대안도 열심히 찾아내야 한다, 온 몸을 던지고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재완 장관의 신년사 전문이다.
<몸을 구부려 온 힘을 다하다>
-2013년 신년사-
2013년 1월 2일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임진년이 마침내 저물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큰일들이 일어났었고, 마야 달력의 마지막 날까지 들어있어 은근히 신경 쓰였지요.
계사년을 맞아,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올해는 뱀의 해입니다. 우리는 뱀을 그다지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뱀은 ‘창조와 불사의 상징’입니다.
중국 고대신화에선 인간 얼굴에 뱀 몸통을 지닌 ‘복희(伏羲)와 여와(女?)’가 인류를 창조했습니다.
고구려 사신도(四神圖)나 신라고분 토우에서 보듯이 우리에게도 뱀은 숭배 대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선악과로 이브를 유혹한 뱀이 나무를 감싸고 있는 모습과 인간의 유전자 구조가
흡사하다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TO) 로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도 뱀이 힐링과 불사의 상징임을 보여줍니다.
올해에는 뱀이 지닌 창조, 힐링과 불사의 기운이 널리 퍼져 경제가 본격 회복되기를 희망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역풍에 꿋꿋하게 버티면서 착실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기대했던 상저하고의 회복세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무리한 경기 부양의 끈질긴 유혹을 뿌리치고 긴 호흡으로 꾸준히 체질을 보강했습니다.
일자리가 목표보다 훨씬 많은 44만개나 늘고, 물가는 2.2%를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낮았습니다.
가계수지와 소득분배가 각각 개선되고, 가계부채의 연착륙 추이와 함께 부문간 격차가 좁혀지는 모습도 반갑습니다.
무역규모의 세계 8강 진입과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며, 국가경쟁력 및 기업환경 순위도 상승했습니다.
대외건전성 지표들이 눈에 띠게 나아지고, 재정건전성도 비교적 잘 지켜져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로 올랐습니다.
떠오르는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도 유치했습니다.
그밖에 30년물 국채 발행, 발생주의기준 정부부채 추계, 재정융자의 이차보전 전환, 금융소득과세 강화 및 소득세 감면총액한도 도입, 동아시아지역 금융안전망 확충과 환율 변동 최소화, 협동조합시대 개막, 한미 FTA 국내대책 수립과 활용 극대화, 중장기 국가정책과제와 방향 제시, 선거공약 재정소요 검증 및 개선안 마련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박봉과 격무, 세종시 이전 등 열악한 여건을 딛고 헌신해주신 여러분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여러분의 가족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우리가 이뤘던 성과에는 앞으로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점들이 꽤 있습니다.
첫째, 동심동덕(同心同德)의 자세로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으로 이룬 성과가 크게 늘었습니다.
남 일인데도 기꺼이 아이디어를 내서 도와준 사람이나 남의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수용해 마무리한 사람, 모두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팀워크를 다지고 시너지를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치열한 고민 끝에 창의적이고 비전통적인 제3의 정책대안을 많이 찾았습니다.
이를테면, 2차례 재정보강대책은 대부분 국가채무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재정융자의 이차보전 전환과 소득세 감면한도 도입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입니다.
셋째, 스마트 워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정근무시간대에 얽매이지 않고, 야근이 줄었습니다.
서면보고는 전자보고로 대체하였고, 국회 출석 부담을 줄였습니다. 근무복장 자율화 추세도 차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세종시로 옮긴 만큼, 스마트 워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엉뚱하고 과감한 제안을 기대합니다.
자랑스러운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도 착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몇 가지만 당부 드리겠습니다.
첫째, 정부 이양기 리스크 관리에 최선을 다합시다. 전쟁에 지면 용서받아도 경계에 지면 용서받지 못합니다.
숭례문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사고는 선거후 인수인계 기간에 발생했습니다.
청사 이전에 조직개편설까지 겹치면서, 자칫 기강이 해이해져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합시다.
둘째, ‘나라곳간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과 소명의식을 새삼 가다듬어야 하겠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는 선거과정에서 분출된 다양한 요구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바로세우기 어렵습니다.‘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우리 선배들도 그래왔습니다. 이는 우리 직무의 특성이 부여한 숙명입니다.
2013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우리는 국채 추가발행만큼은 끝까지 막았습니다. 그래서 균형재정 원칙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낮은 자세로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창의적인 대안도 열심히 찾아내야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원칙만으로는 각계각층의 거센 요구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과 범위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온 몸을 던져야 합니다. 혼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중국 최고의 성군 강희제(康熙帝)의 좌우명은 ‘국궁진력(鞠躬盡力)’이었습니다. 몸을 구부려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뜻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