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한때 키코 사태로 사라질 뻔 했던 환변동보험이 수출중소기업의 '우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환율 뿐 아니라 원·엔환율 급락으로 수출기업들에게 환율 '공포'가 드리워진 상황에서 든든한 백기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코 '트라우마'로 아직 기업들이 환율 관련 상품에 대한 거부감이 많지만 그럼에도 수출기업들이 환율 변동을 무역 활동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환위험 관리를 해야한다는 주장들도 힘을 얻고 있다.
◇또 다시 올라오는 환율 '공포'..수출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원·달러환율은 지난해에만 8% 이상 하락했다.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특히 적극적인 환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기업'을 추가하고 자금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우선 순위를 조정하기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주요 선진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환율 하락에 따른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자금과 환위험 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환위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무보)의 환변동보험 지원을 전년대비 4000억원 증가한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시적으로 환변동보험료 일부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해 이달 말까지 결정짓기로 했다.
◇환변동보험 투기방지 위해 실수요 위주로 '책정'
정부가 내놓은 환율 변동 대응책의 핵심은 환변동보험이다.
환변동보험은 보험 청약시 제공하는 보장 환율을 기준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환율 상승 시에는 기업으로부터 환이익을 환수하는 구조다. 무보는 공사의 신용도를 매개로 기업과 은행을 연결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때문에 환변동보험료를 인하하거나 보험료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환율 관련 대책을 강구하면서 환변동보험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변동보험은 사라질 위기였다. 지난 2007년 10월 900원이던 원·달러환율이 2008년 11월 1513원까지 상승하면서 무보의 손실이 막대해지자 환변동보험이 존폐 위기에 몰렸다.
보통 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인해 손해 볼 것에 대비해 환헷지를 한다. 그러나 당시 수출 금액이 없음에도 투기적인 목적으로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환율 상승으로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물어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무보 관계자는 "2008년에 2조1000억원의 금액을 은행에 지불해야 했는데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이다보니 일부 기업들이 이를 지불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미회수된 금액에 대해선 무보가 어디선가 자금을 구해 대신 지급해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보의 손해가 너무 커지자 내부적으로 환변동보험을 없애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보는 환변동보험을 없애는 대신 이를 축소해서 운영하고,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실헷지 수요 위주로 인수 한도를 정해 운영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렇게 살아남은 환변동보험은 4년여가 지난 지금 수출기업들의 환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기업들은 환율 변동을 무역활동에서 피할 수 없는 리스크로 인식하고, 환변동보험 등 각종 환위험 관리 수단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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