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신문고)너무 쉬운 카드 비밀번호, 피해보상 못받아
2013-02-18 15:59:15 2013-03-18 16:41:47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005년 10월26일 저녁 퇴근 후 친구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친구와 헤어진 김씨는 이후 또 다른 친구 A씨의 집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김씨는 술에 취해 친구 A의 집 근처에 앉아있던 중 지갑을 도둑맞았습니다. 지갑에는 김씨가 B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 등 신용카드 2장이 있었습니다.
 
김씨는 A씨의 집에서 잠이들었고 밤 늦은 시간에도 김씨의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의 친구 A씨는 B은행에 신용카드 분실신고를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은행의 야간 자동응답 ARS를 통해 신고하기 위해서는 카드번호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했으나 A씨는 김씨의 지갑을 찾지 못해 바로 신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A씨는 또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해 김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뒤 임시로 카드 사용을 겨우 정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절취범이 김씨의 은행 신용카드로 모두 7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현금서비스로 인출하고, B은행의 ATM기를 이용해 모두 8차례에 걸쳐 500만원 상당의 예금을 찾아간 뒤였습니다. 또 편의점 현금지급기에서 김씨의 다른 신용카드로 현금 50여만원을 인출하기도 했습니다. 수차례의 인출 과정에서 절취범은 단 한차례도 비밀번호를 틀리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이튿날 아침 7시경 B은행에 신용카드 도난 신고를 했고, 현금을 인출해간 사람의 얼굴사진을 봤으나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라며 B은행에 신용카드 불법사용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측은 김씨가 비밀번호를 유출했기 때문에 보상해줄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당시 김씨가 사용하고 있던 비밀번호는 군입대 당시 받은 군번의 가운데 네자리 번호로 김씨의 집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직장전화번호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비밀번호 유출 책임이 김씨에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고 결국 이들의 다툼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비밀번호가 누설된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 신용카드 이용·관리 및 비밀번호 유출에 김씨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며 보상이 불가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비밀번호가 유출되 발생하는 책임이 회원에게 있고 이로인한 부정사용대금은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약관조항은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약관을 확대해석해 과실이 없음에도 비밀번호 유출에 대한 책임을 무조건 묻는 것은 안된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회원에 비밀번호 유출에 대학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아무런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회원에게는 신용카드의 이용·관리 및 비밀번호 관리에 주의를 다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카드 비밀번호는 생일이나 주민등록번호 끝자리, 핸드폰번호 등 쉽게 유출되는 걸로 하면 비밀번호 관리 유출에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려워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한두번 입력해서 쉽게 알 수 없는 번호로 설정해야 카드를 분실한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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