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정성 장치, 여야 접점 '난항'
시민사회 "방송 중립·공정성, 정치적 협상도구로 전락"
2013-03-11 16:16:29 2013-03-11 16:19:05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을 재개했지만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여야는 정쟁으로 식물국회와 국정 공백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있어 여야는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서로의 양보 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SO 업무 이관을 둘러싼 가장 치열한 쟁점이었던 '방송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정부조직법 협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두고 시민사회와 학계는 “방송 중립과 공정성에 관한 논의가 논점을 이탈하고 있다”며 “정치적 협상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회동을 가지고 방송 중립성 확보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새누리당은 SO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되 방송의 중립성·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국회 공정방송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방송중립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SO를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하고 정보통신기술(ITC) 융합발전을 위한 'ITC 진흥 특별법'을 만들자는 안을 들고 나왔다.
 
 
정치권의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방송 중립에 관한 논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새누리당이 제안한 방송 중립 특별법과 공정방송특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진용옥 한국방송통신학회 회장은 “방송의 공정성에 관련한 내용들은 이미 방송법에 포함돼 있다”며 “특별법 제정은 그야발로 옥상옥(屋上屋)”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정방송특위 역시 방송 산업 자체가 정치권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논리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두 가지 제안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특별위원회나 특별법이 언론·방송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생겨났지만 실질적 성과를 거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논의해 만들어 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를 두고 왜 새로운 기구를 굳이 설립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의 논리도 많은 공격에 직면했다. SO 업무가 독임제 부처로 넘어가면 방송 중립이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SO가 지난 5년간 방통위로부터 방송법 위반 및 시청자 불만으로 총 38건의 사후제재를 받았으나 채널 배정권 남용문제로 제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법률 재개정이나 인허가와 관련해 SO의 방송 공정성 문제가 방통위 안건으로 상정됐거나 국회에서 논란이 된 사례도 없다”고 밝혔다. 그 동안 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정치적 논란 없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왔다는 주장이다.
 
지난 6일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3대 조건’을 제안한 점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박기춘 대표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논의나 민주당 내부 조율 과정도 거치지 않고 추진한 사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당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북한이 무력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안철수 서울대 전 교수의 입국이 임박하면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여야가 급하게 협상 타결을 밀어붙이면서 정작 방송 중립 문제가 뒤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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