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증시는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 증시는 좀처럼 이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올 해 MSCI 신흥국 지수는 1.1% 하락했다. 이 기간 뉴욕 증시가 10%, 일본 증시가 18%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신흥 시장 중에서도 특히 인도와 중국 증시가 부진하다고 꼽았다.
연초와 비교해서 인도의 선섹스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모두 0.3% 이내의 상승폭만을 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의 중소형주 시장인 차스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이어갔다. 이를 두고 중국 내 전문가들은 증시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들이 부재한 가운데 기업 실적 등 개별 이슈에 주목한 결과라고 전했다.
모하메드 압하이 시티그룹 아시아 트레이딩 담당자는 "신흥국의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하메드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상이한 시장 움직임의 원인을 유동성에서 찾았다
그는 "시장 유동성과 증시 흐름은 약 70%의 상관관계가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중앙은행이 저금리와 통화 팽창을 약속한 것이 주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대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제한적 통화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을 염려해 이들 국가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투자 심리 위축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나의 최대 과제는 물가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2% 상승으로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후 나타난 반응이다.
신흥국 내부의 유동성이 늘지 않고 있는 것과 함께 풍부한 글로벌 자금이 이들 국가로 흘러들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예전과 달리 불확실한 전망에 해외 투자자들이 시장 진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마크 매튜 줄리어스베어 아시아시장 조사담당자는 "거대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 전망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른바 브릭스(BRICS)라 불리는 국가들의 시장 매력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4분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4.5% 증가하는데 그치며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은 4분기 7.9%를 기록하며 2년만에 첫 개선세를 보였으나 예전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중국 정부가 올해의 경제 성장 전망을 지난해와 동일한 7.5%로 제시한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그럼에도 신흥국 시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캐서린 양 피델리티월드와이드인베스트먼트 투자담당자는 "서구 증시의 상승세가 곧 동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경계감 완화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자 덴 애쉬모어 리서치 공동대표도 "미국 증시가 조정기에 들어서면 투자자들은 신흥국 시장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며 "이 시기는 2분기 전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입 시기만 잘 잡는다면 신흥국이 선진국 시장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