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주택시장으로 인해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주택가격의 하락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과 부실채권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분양과 경매주택 증가도 주택대출 부실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리막길 주택가격..주택담보대출관련 지표 '악화'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02.29로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다. 지난 2011년 11월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주택매매가격지수가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한 것.
주택매매가격지수 전년동기대비 증감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인해 일반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4%로 지난 2009년말(0.33%)대비 0.41%포인트 급증했다. 나아가 올 1월말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94%에 이르러 불과 한 달 만에 0.20%포인트가 늘었다.
여기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덩달아 큰 폭으로 뛰어 올랐다.
지난 2009년 말에 주택담보대출 부문의 부실채권 비율은 불과 0.3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0.65%로 0.2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이 0.20%포인트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부실채권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주택공급의 과도한 증가도 '문제'
문제는 신규 주택시장의 미분양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택경매 건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주택시장의 가격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2010년 연평균 38만가구였던 전국 주택건설 승인 실적이 2011~2012년 연평균 56만8000가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분양실적은 연평균 21만2000가구에서 26만4000가구로 늘었다.
주택시장의 소화능력 이상으로 신규주택 공급이 누적되면서 주택 미분양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주택 경매시장을 통한 할인매물 공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수도권 주택경매건수는 2만2000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만200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덩달아 경매 낙찰가율은 2008년 96%에서 지난해엔 72%로 하락해 집주인과 주택대출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까지 주택시장 부진이 주택수요의 부진 때문이었다면 향후에는 주택공급의 증가가 주택시장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손 연구원은 또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 주택대출 부실화→ 경매를 통한 적체물량 증가→ 주택가격 재하락으로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규제 상한인 60%를 초과하며 이자만 납입하고 있어 주택가격 하락시 연체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 대출이 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손 연구원은 "미분양, 경매주택 등 적체물량이 주택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하므로 종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지역별 리스크 지표를 구축해 평가를 등급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