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시대 금융도 '창조금융'..실체는 '모호'
끼워맞추기식 지원 남발 방지해야
2013-03-26 15:05:49 2013-03-26 15:08:24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박근혜 정부의 정책 키워드인 '창조경제'에 힘입어 금융권에서는 '창조금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 신임 수장들은 취임사를 통해 창조금융을 설파하고 있고 일부 은행은 은행장 직속으로 창조금융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창조금융의 실체가 모호해 창조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끼워맞추기식 지원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신중하고 정교한 금융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2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제윤 신임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취임사를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창조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창조경제의 주력이자 일자리창출의 원천인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금융과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기업들이 사업성과 기술성만으로도 자금조달이 가능할 수 있도록 코넥스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한 창업·혁신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창조경제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보다 나흘 먼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된 최수현 신임 원장도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최우선 과제로 '창조금융의 견인차 역할'을 꼽았다.
 
최 원장은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가 꽃필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창조적·혁신적 아이디어를 공정하게 평가해 중소·벤처기업 등 혁신기업의 창업과 육성을 적극 지원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은행권에서는 가장 먼저 국민은행이 창조금융 대열에 동참했다.
 
국민은행은 은행장 직속으로 '창조금융추진위원회'를 신설하고 25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창조경제를 기반으로 한 지속성장과 일자리 창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금융모델을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창조금융을 위해 담보 중심의 기업평가모델에서 벗어나 기술과 지식재산권 가치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창조형기업에 대한 기업금융 지원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창조금융은 금융투자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개인 및 조직의 활동이나 사업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업기업에 대한 활발한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크라우드 펀딩 확대를 위해 관계부처와 자본시장법 등 관련법 개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금융권 곳곳에서 창조금융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창조'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뭐고 창조금융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를 두고 한창 개념 논쟁을 벌인 것과 달리 창조경제는 아예 논쟁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창조경제와 창조금융의 모호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창조금융이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육성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끼워맞추기식 지원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시절 기존 중소기업 대출상품에 '녹색'만 붙이면 신사업 육성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존 상품이나 정책에 '창조'만 붙여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술(IT) 붐에 편승해 벤처기업 지원 정책을 폈다가 '묻지마 투자'와 '먹튀'가 사회문제가 됐던 것처럼 창조경제 기조아래 눈먼 돈을 기대하는 일부 벤처기업들의 먹튀문제가 재연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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