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8일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광복관 별관 모의법정에서 서울고등법원이 대한민국 사법부 사상 최초로 재판부가 직접 대학 캠퍼스를 찾아 실제 재판을 진행하는 '캠퍼스 열린 법정'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열린 재판정을 찾은 이 학교 로스쿨 재학생 박대희씨는 우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법원이 아닌 곳에서, 언론과 일반에 법정을 공개한 채 재판을 진행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에 관해서다.
이날 재판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이태종)는 박씨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재판부는 "꼭 재판 장소가 법원일 필요는 없다.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실제 재판을 진행하면서 재판부와 대리인 사이에 논쟁과 토론을 거쳐서 판결을 내곤 한다"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평소 법원을 찾기 어려운 국민에게 법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덧붙였다.
서울고법의 취지도 이와 같았다. 로스쿨 재학생을 비롯해, 일반인이 실제 재판을 손쉽게 접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이날 캠퍼스 열린 법정을 개최한 목적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140석 규모의 모의법정은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으로 발디딜 틈 없었다.
이 학교 로스쿨에 재학중인 조정희씨(27·여)는 "이론으로만 배우는 내용을 실제로 보니 새롭다"며 "대리인의 변론이 재판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미래 판사를 꿈꾸는 연세대 로스쿨 학생 우지원씨(29)는 "형사재판을 들어가 본 적이 있지만, 오늘 처럼 쌍방이 공방을 주고받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며 "흥미롭게 재판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학부생인 이원호씨(26)는 "재판에 참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재판부가 학교를 직접 방문한 덕에 많을 것을 배워간다"고 밝혔다.
특히 방청객 가운데 로스쿨 재학생이 많았던 덕에 재판부는 예비 법조인인 로스쿨 학생들에게 애정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조인은 논리력과 어휘력, 문장력 등을 갖춘 나라의 인재"라며 "무엇보다도 이웃과 사회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법조인이 되길 당부한다"고 부탁했다.
아쉬움도 눈에 띄었다. 협소한 공간에 방청객이 몰린 탓에 크고 작은 소음이 이어졌다. 또 성숙한 시민의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재판을 보러온 50대 이모씨(여)는 "법정에서 계속 휴대전화 진동소리가 울려 거슬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주식회사 한국전자금융이 "부가가치세 본세와 가산세 부분이 위법하다"며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사건의 쟁점은 제휴 은행과 전산망이 연결된 자동화기기(ATM, CD)를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고의 용역행위가 금융업종에 속하는지 여부였다. 금융업종에 속하면 부가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용역은 부가가치세법에서 말하는 은행업이나 수납지급 대행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면세대상 금융·보험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과세 관청에서 한국전자금융 용역이 부가세 면세 대상이라는 공적 견해를 표명했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업체의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어 과세관청의 부가가치세 부과는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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