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일선 공무원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행정부 업무 특성상 입법부와의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년 대략적인 연간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올해는 계획이 연초부터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작부터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공전하고, 부처업무의 결정권을 쥔 장관들이 내정 되자마자 줄줄이 낙마하는 등 인사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모든 연간 일정이 최소 한달 이상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부 이양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일정이 너무 늦다.
통상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2월말부터 3월 첫주까지 장차관들이 임명되고, 이후 3월말 부처 실국장 인사와 과장급 및 실무진 인사가 차례로 진행된 후 새로운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 정부 첫 해 행정부가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올해는 4월이 시작된지도 1주일이 지났음에도 부처 1급 인사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부처는 장관도 아직 자리에 앉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경우 새 정부 조직개편과 함께 부총리 부처로 격상된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부총리 겸 장관이 3월말이 되어서야 임명되면서 실무자들의 경우 연간 일정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재정부는 1급 차관보 3명과 세제실장, 예산실장이 모두 공석인 초유의 상황이 진행중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휘체계가 갖춰지지 않다보니 업무일정을 확정해서 진행할수가 없다"면서 "고위직 인사도 빨리 마무리 짓고 실무자들도 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경제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1급 등 실국장 인사를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주 부동산 대책까지 발표해 실무자들의 업무혼선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토부는 지난 4일 급한데로 시급한 과장급인사를 먼저 단행하기도 했다.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탄생한 해양수산부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장관 인사청문회가 4월 들어서야 진행됐지만, 그마저도 후보자의 자질문제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언제 본격적인 업무가 진행될지 감을 잡을수도 없는 실정이다. 뒤늦게 겨우 장관이 자리를 잡은 미래창조과학부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 큰 문제는 일은 늦게 시작했음에도 마무리는 예년과 같은 기간에 해야한다는 점이다.
재정부의 경우 예산은 6월, 세제는 7월말까지 한해 농사를 마무리 짓고, 9월부터는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현장에서 일을 할 과장들과 주무관들의 인사는 커녕 실국장들 인사도 까마득하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논란까지 더해져 경제정책 집행 자체가 '스톱'됐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 바뀐 과장들과 실무진들이 업무를 시작해야 중간에 일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데 인사가 나지 못하고 있으니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라면서 "늦어도 4월초에는 과장들 인사가 있어야 하는데 추경논의를 위해 과장들이 국회를 왔다갔다하다보면 업무 인수인계를 할 시간도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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