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판매제한품목이 답이 아닙니다. 주차장이나 카트, 공용화장실, 쉼터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있어야 전통시장이 삽니다."
진통 끝에 개점한 서울 합정 홈플러스 사례가 대형유통마트와 지역시장 간 상생협력모델로 떠올랐지만 대형마트로부터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판매제한품목 지정 및 확대보다는 화장실과 주차장, 쇼핑카트 등 고객을 직접 유인할 수 있는 편의시설 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추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판매제한품목, 큰 의미 없어"
참여연대와 원혜영·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전국 1001명을 대상으로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전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판매품목제한에 대해 찬성(37%)보다 반대(54.4%) 의견이 더 많았다. 반대 의견은 대형마트만 이용하거나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한다고 응답한 60% 수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등은 이에 대해 "대형마트 판매제한품목 반대 의견이 더 많아 소비자들의 불편함에 대한 우려가 여전함을 알 수 있었다"며 "상생품목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은 이모씨 역시 "합정점에 판매제한품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며 "전통시장에는 주차시설이 없는데다 물건들을 손에 들고 다니기 힘들어 잘 찾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망원시장과 홈플러스 합정점의 상생협의체에 관여하고 있는 마포구청 측은 "판매제한품목선정이 망원시장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망원시장 측은 일단 판매제한품목 지정에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망원시장 반경 2.5km내에 홈플러스가 4곳이나 더 있는 상황에서 합정점만 판매제한품목을 지정한 것이 실제 이익으로 연결될 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못하고 있다.
◇망원시장
◇주차장, 공용화장실 등 편의시설 부족..카드결제도 문제
시민들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부족한 주차시설과 쇼핑카트, 카드결재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망원시장의 경우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망원월드컵시장 앞 150m 가량의 도로변을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주차할 수 없는 횡단보도와 진입로 등을 제외하면 주차 가능대수는 20대 수준에 그쳐 소비자를 유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근에 유료인 공용주차장도 있지만 이 주차장의 요금은 시간당 840원이다. 반면 홈플러스 같은 대형 마트는 공짜다. 주차장 관계자는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 모두 이 무료주차장을 사용하기에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결제 역시 마트에 비해 열악하기만 하다. 망원시장상인회에 따르면 망원시장 내 카드 단말기를 설치한 곳은 전체 상점(노점포함)의 62% 정도에 불과하다. 만원 이상 물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카드결재가 불가능한 곳도 다수다.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카드를 받으면 수수료 떼고 남는게 없어 소액 거래하는 상인들로서는 카드 단말기를 들여놓지 않는 집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화장실이 없는 점도 고객들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망원시장에는 공용화장실이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망원시장 관계자는 "상점들이 개인화장실을 개방하면 지저분해질 수 있어 고객들이 갈만한 화장실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구청에서 시장 내에 공용화장실을 만드는 것을 지원할 수 있지만 망원시장이 주택가에 있어 주민들이 공용화장실이 들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전통시장의 한계는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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