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소방관이 송수구가 잘못 표기된 것을 모른 채 소방수를 주입하는 바람에 지하층을 침수시켰더라도 소방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박모씨(39·여)가 "소방시설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송수구가 잘못 표기된 것을 모르고 물을 뿌려 지하층이 침수됐다"며 충청남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충남도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재 당시 소방관이 표기가 잘못된 송수구에 물을 주입해 지하가 침수된 것은 맞지만 건물신축 당시부터 송수구 표기가 잘못되어 있었고 소방관계 법령상 송수구 위치표시는 소방·방화시설완비증명서 발급과정에서 확인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소방관이 화재건물에 대한 소방검사 과정에서 소방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볼만한 다른 사정이 있다고도 보이지 않는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보면, 소방관이 송수구의 오표기를 발견하지 못해 시정조치를 명하지 못한 것을 충남도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송수구 오표기를 발견해 시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충남도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은 국가배상법에 관한 해당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충남 홍성읍의 한 빌딩 지하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2008년 9월 건물 6층에 있는 A보험 홍성지점 사무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홍성소방서 소방관들은 건물에 설치된 옥내 소화전을 가동하려 했으나 소화전 주펌프에 균일이 있어 시도를 하지 못했다.
소방관들은 다시 건물 1층 외부에 '연결 송수관 송수구'로 표기된 송수구에 물을 주입해 화재를 진압하려 했지만, 이 송수구는 표기된 것과는 달리 지하 1층으로 연결된 '연결 살수설비 송수구'여서 소방관들이 물을 주입함과 동시에 지하 1층에 있는 박씨의 PC방이 침수됐다.
이에 박씨는 건물주인과 A보험사, A보험사가 화재보험을 든 B보험사, 충남도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2심은 건물주 및 보험사들과 함께 충남도도 사전에 송수구 오표기를 시정시키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판결했다.
◇대법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