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저작권 신탁관리업 복수화 놓고 팽팽한 기싸움
문화부-한음저협, 1200억 규모 시장 두고 갈등
2013-04-22 17:36:57 2013-05-03 16:28:3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음악저작권 신탁관리업 복수화 방안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화부는 원래 계획대로 신탁관리업 복수화를 강행할 방침인 반면, 기존 신탁관리단체인 한음저협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문화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음악 분야 저작권 신탁관리업 경쟁체제 도입 추진과 관련해 한음저협의 반대방침에 대한 입장과 허가대상자 선정신청 관련 질의 답변을 정리해 문화부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당초 문화부는 17일 '허가대상자 선정 신청요령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음저협이 신규허가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진행을 방해해 설명회는 무산됐다.
 
문화부는 이날 공고를 통해 한음저협의 신탁관리업 복수화 반대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음저협의 주요 반대 이유로는 ▲거래비용 등의 증가에 따른 권리자 권익 축소 ▲지상파 방송사 등 특정단체에 대한 특혜 의혹 ▲여러 분야 중 음악 분야에만 복수단체 경쟁체제를 도입한 점 등이 있다.
 
문화부는 기본적으로 "한음저협에 운영상 문제가 많고 자율적인 개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에 경쟁체제의 도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운영상의 대표적 문제점으로는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반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과다 경비집행, 부당한 사용료 분배 등을 들었다.
 
한음저협의 '권리자 권익 축소' 우려에 대해 문화부는 "신탁관리단체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선택의 폭이 확대돼 권리자의 권익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단체에 대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행 저작권법상 신탁관리는 회원으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나 대기업의 참여에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여러 분야 중 음악 분야에만 복수단체 경쟁체제를 도입한 점'에 대해서는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 규모를 고려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음저협이 지난 2012년 징수한 사용료는 약 1116억 원으로, 전체 12개 신탁관리단체가 징수한 사용료 총액 1672억 원의 67%에 달한다.
 
아울러 문화부는 한음저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원래 계획대로 일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문화부 관계자에 따르면 늦어도 5월 말까지는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6월 3일부터 7일까지 신탁관리업 신규허가접수를 받은 뒤 6월 말 최종평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음저협은 문화부의 이 같은 해명에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한음저협 관계자는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문화부가 신탁관리업체를 한 곳만 선정하겠다고 공고한 것은 결국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지상파 한 방송사당 10억씩 투자해서 한국방송협회 내 비영리단체 만든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결국 영리 단체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드는 격인 데다, 저작권 이용자인 방송사가 권리까지 행사한다는 것은 결국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 시장 규모를 봤을 때 신탁관리 업체를 두 군데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복수 사업자가 운영될 경우 저작권료 징수에 대해 협상할 때마다 매번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며 "저작권료만 1조가 넘는 일본시장에서도 복수화 시도하다가 결국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해 다시 한 업체가 90% 독점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음저협이 문화부로부터 업체 허가 승인을 받았고 매년 문화부의 감사를 받는데 감사기관이 산하 단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또 하나의 단체를 만든다는 것은 자식이 말을 안 들어서 자식을 하나 더 낳겠다는 것과 진배없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12월 문화부의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요청을 총회에서 부결한 것도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관리나 고위공직자가 낙하산으로 내려 올 수 있기 때문에 부결시켰다는 주장이다.
 
또한 문화부가 저작권자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한 번도 열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문화부가 저작권자를 위한다면서 막상 저작권자의 목소리는 하나도 듣지 않고 음악저작권 신탁관리업을 복수화한다고 바로 공표했다"면서 "결국 저작권료 징수액이 1200억원에 육박하는 등 파이가 커지자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음저협은 문화부와 계속해서 접촉하는 한편, 앞으로 협회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음악저작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통해 법안 통과를 막으려 적극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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