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부가 불을 댕긴 이번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방향은 한계도 명백하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 이하 공정위)가 공언한 순환출자 금지를 놓고 재벌 개혁 정책으로 미흡하단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국내 15개 재벌에 순환출자가 존재하는데 공정위는 이같은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고 신규 순환출자는 금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대상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는 이상 자발적으로 순환출자를 포기할 재벌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왠만한 재벌은 죄다 순환출자를 하고 있어 신규 순환출자를 막겠다는 계획이 큰 의미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순환출자는 실질적 자본투자 없이 지배력을 확장하는 가장 악성의 계열사간 출자유형이므로 완전해소가 바람직하다"면서도 "기업부담 등을 고려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현행 구조가 악화되는 걸 막겠다"고 밝혔다.
기업 부담에 대해선 "일부 기업집단은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자금규모가 상당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며 기술개발·설비 증설 등 투자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하려면 일부 재벌이 계열사 지분을 법이 정한 만큼 사야 하는데 그 액수가 상당해 투자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지주회사 전환 방침 역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금산 분리 원칙이나 순환출자 금지의 경우 재계 쪽에서 반발하긴 하지만 재벌이란 비정상적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싸고 지주회사 전환이 최선의 대안인가 하는 점에서 진보진영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유도해도 재벌 총수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거나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국회 경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는 특유의 장점을 갖고 있는 기업집단 조직 형태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회사법·금융법·노동법·도산법 등 여타 규율장치가 미흡해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이해상충 위험이 상존한다면 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체제가 재벌 체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월하며 현실의 재벌 체제를 온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정책적 공감대가 있다면 지주회사 체제로 끌어당기는 정책수단은 물론 재벌 체제로부터 밀어내는 정책수단도 동시에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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