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영기자] 정부가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 결정을 내린 지 4일째인 29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정부를 믿고 따랐는데 정권이 교체됐다고 단 한마디 사전논의 없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공단 철수를 결정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패쇄하느니 차라리 죽여라"는 극단적 언사까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 개성공단은 기업의 명운을 건 '전부'였다.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최종 잔류인원마저 철수할 경우 개성공단은 빈사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정부가 단전, 단수마저 거론하자 매출을 담보하던 기계는 한낱 고철덩어리로 전락하게 될 게 뻔했다.
이 상황에서 피해 대책은 어불성설이었다. 개성공단 페쇄 카드를 꺼내들기 전에 공단의 경제성과 상징성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여기에다 피해규모를 놓고 정부와 기업들 간 입장차가 커지자 이들은 "정상화를 원했지, 피해보상이나 대책을 내놓으란 게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치 자신들을 이해관계를 위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한 분노도 짙게 배여 있었다. 양측이 극렬하게 대립하자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중재에 매달렸다.
그는 "정부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 대책이 곧 나올 것으로 안다"며 "정부 대책이 합당하지 않으면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피해 기준 산정과 방식 등이 구체화되면 입주기업들 의견수렴을 통해 협상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날 정부합동대책반을 출범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돌입했다.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원가능한 범위를 최대화하며, 그 방안을 신속히 시행한다는 3원칙도 마련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공단이 정상화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의 안정성 확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만큼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안정성을 확실하게 담보해야 개성공단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상황이 돌변할 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또 다시 기업의 명운을 맡기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조업 같은 경우 거래처를 복원하는데 6개월 이상이 걸린다" 며 "거래처가 개성공단의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개성공단이 정상화돼도 이런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투자를 하기에 어렵고,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개성공단은 가치가 없다"면서 "개성공단에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룰을 정하고, 남북 양측이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50명은 이날 오후 5시 귀환할 예정이다. 남아있던 최종 인원마저 철수할 경우 '패쇄는 수순'이라는 우려가 이들 사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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