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2월 '불산 악몽'의 후유증이 아물기도 전에 또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해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경찰이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역시 삼성전자측 화학물질 관리 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예견된 사고'였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3일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2일 오전 11시30분 경기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1라인에서 새로 설치한 불산 탱크에 기존 배관라인을 연결하기 위해 배관을 자르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최씨 등 작업자 3명이 부상을 당해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올 1월 5명의 사상자를 낸 불산 누출 사고 이후 같은 사업장에서 불산 용액 공급 장치를 새것으로 교체하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관을 절단하기 전에 탱크 내 불산만 제거했을 뿐 배관 내 남아있을 불산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수 산단 폭발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어떤 종류의 작업이든 남아있는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안전 작업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고가 불산 탱크 배관에 압력이 가해진 상태에서 불산 탱크 철거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하며 삼성전자의 책임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배관에 압력이 가해져 있다는 것은 불산 탱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불산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화성사업장 11라인 조업을 계속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만약) 조업을 중단하지 않고, 불산 탱크 교체작업을 했다면 이는 사실상의 '살인미수죄'로 고발조치 되어야 할 일"이라며 "삼성 불산 누출사고의 재발은 기업의 자율적인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작업자들이 내화학안전화가 아닌 안전화를 신고, 밴딩 처리가 안 된 장갑을 착용해 누출된 불산이 발목 부근과 팔에 노출돼 피해가 발생했다"며 "사고 현장에 있던 삼성 관계자는 안전관리자가 아닌 엔지니어 1명이었다. 삼성전자가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에 대한 안전관리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좌절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유해법)'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경제 5단체는 화평법, 유해법 통과에 적극 반대의사를 나타내며 기업의 자율적 관리를 주장해왔다.
화평법은 일정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려는 자는 제조·수입 전에 환경부장관에게 등록하고 환경부장관은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해성을 평가해 해당 화학물질을 유독물, 허가물질, 제한물질·금지물질 등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유해법 개정안은 기업 과실로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토록 되어있다.
이와 관련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유해법 개정안이 기업의 책임성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매출 10% 과징금 조건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여러 각도에서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선에서 요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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