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현대중공업이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현대중공업은 웨이퍼를 제외한 폴리실리콘, 셀·모듈, 시스템 설치 등 태양광 전반에 걸쳐 수직 계열화를 진행했으나, 이번 사업 중단으로 와해될 상황에 직면했다.
태양광 시장이 거듭된 업황 침체로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데다 폴리실리콘 사업이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현대중공업과 KCC에 따르면, 양측이 합작으로 설립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케이에이엠(KAM)은 KCC그룹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KAM은 현대중공업과 KCC가 지난 2008년 각각 49%, 51%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3000톤(t) 규모의 KAM 공장은 KCC의 자체 생산시설인 대죽공장(생산능력 3000t)과 함께 지난 2010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태양광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2011년 연말 대죽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KAM 공장만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왔다.
그나마 가동을 유지했던 KAM은 지난해 22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KAM의 자산총액은 1977억원, 부채는 1937억원이다. 자본총액은 41억원 정도만 남아 완전자본잠식에 빠질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일본에서 열린 'PV 엑스포'에서 전시한 폴리실리콘(사진=뉴스토마토)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를 어느 정도 예견해 왔다. 태양광 업황이 악화일로에 빠지면서 연간 생산능력이 4만2000톤에 달하는 업계 1위 OCI조차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연거푸 적자를 내는 등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폴리실리콘 제조사 가운데 사업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곳은 OCI가 유일하다. 지난해 2분기부터 폴리실리콘 가격이 생산원가인 20달러대에 진입하면서 생산능력이 작은 기업을 중심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지난해 7월, 업계 3위인 웅진폴리실리콘이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업계 2위인 한국실리콘마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1만톤 미만 규모의 업체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KAM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만 2011년 연간매출의 15%에 해당하는 4679억원 규모의 공급계약 4건이 해지되는 등 사업 지속 자체가 불투명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현대중공업이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발을 뺀 것도 KAM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전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KAM에서 생산되는 폴리실리콘 제조원가가 30~40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KAM에서 폴리실리콘을 구입할 경우 시장 거래가격보다 15~20달러 이상 비싸게 주고 공급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누적되는 적자도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폴리실리콘 사업은 접지만, 다른 분야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태양광 사업 철수 우려에 선을 그었다. 태양전지, 셀·모듈, 시스템 등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며 향후 태양광 시장 환경이 회복할 때를 대비하겠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KCC와의 합작 해소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면서 "KAM이 KCC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의사결정도 빨라지게 되고 시장 상황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동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KAM을 독자 운영하게 된 KCC는 폴리실리콘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최소한의 물량을 생산하더라도 가동 중단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KCC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양측이 협의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시장 상황이 여전히 나빠 가동률이 많이 떨어진 상태지만,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공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관련 업계에선 KCC의 사업 지속성 여부에 있어 여전히 회의적이다. 3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으로는 원가 경쟁력을 도저히 확보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KCC가 공장을 일부 가동하며 유지할 뜻을 밝혔지만 오히려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다 업계가 너나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수요처가 사라진 점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1만톤 이상의 규모인 회사도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으며 시장 대응을 잘 못하는 상황"이라며 "KAM은 가격 경쟁력이 없는 데다 내부 수요마저 사라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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