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매년 여름철마다 전력위기가 붉어지면서 원자력과 화력 위주의 전력공급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태양광·풍력·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런 분위기을 타고 신재생에너지 업체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실속도 없고 전력화 질마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에너지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신재생에너지 업체 등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에만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전력공급 체계 개편과 에너지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신재생에너지원별 발전형태. 왼쪽부터 태양열, 풍력, 태양열·지열 하이브리드(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관련 업계에서는 지원금만 보고 업체가 난립한는 실정이다. 실제로 21일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업체로 신고된 곳은 9000여개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1일 민주당 홍의락 의원실에 따르면 이 중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 역량을 갖춘 업체는 30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재생에너지 실용화 사업이 가능한 업체보다 정부 지원을 바라고 유령 회사처럼 세워진 곳이 30배 이상이나 많은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만 해도 정부와 지자체 등이 고용창출이나 新성장 동력,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장점을 부각시켜 여기저기 사업을 벌였다"며 "신재생에너지 산업기반 자체가 약해 일단 규모부터 키우기 위한 미봉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외국을 보면 독일은 바이오에너지 개발, 일본은 수력 발전 등 각국 여건에 맞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있지만 우리는 그런 게 미흡하다"며 "에너지원별, 프로젝트별 정책을 마련해 예산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업체들을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국회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낸 홍의락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 신고만 하고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 업체가 늘어 국민 불편이 커졌다"며 "업체는 3년마다 재신고 하고 정부가 업체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또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5년 주기로 규정해 정부가 정책을 계획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하게 했으며, 부정한 방법으로 신고를 한 업체는 최대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인수위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와 산업육성을 국정과제로 설정해 중장기 목표 아래 에너지 보급제도를 혁신하고 관련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뚜렷한 윤곽도 잡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에관공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정과제는 아직 틀조차 세워지지 않았다"며 "요즘 같이 무더위와 원전 사고가 생길 때 해결방안으로 절전을 강조할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에너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국가의 에너지정책은 예산낭비를 줄이며 실속도 챙기고 국민과 업계가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며 "투자는 물론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한 정부의 계획성 있는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