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계 최대의 시장을 확보했다며 엄청난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도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에 맥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발효 첫 해 반짝 효과를 나타내는 듯 했지만, 2년차에는 오히려 수출부진이 두드러져 FTA 효과가 크게 반감된 상황이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한-EU FTA 2주년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5월31일까지 우리나라의 對EU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6.5% 감소한 437억달러로 나타났다. EU 재정위기로 수출가격과 물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EU FTA 1주년 성과와 비교하면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섬유와 자동차, 전기전자 등 FTA 혜택품목에 대한 對EU 수출은 244억달러로 전년의 270억달러보다 26억달러 감소했다. 관세효과 비혜택품목도 40억달러 줄었으며 외국인투자 역시 43억8600만달러에서 32억6700만달러로 내려갔다.
◇한·EU FTA 발효 후 2년차 주요 지표(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FTA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쟁국보다는 EU 시장에 연착륙했다고 평가했다. 황병하 산업부 홍보협력과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對EU 수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폭은 상대적으로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요 교역국들의 FTA현황을 보면 상대적으로 빠른 FTA로 시장을 선점한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은 EU와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손해 봤다"며 "수출은 물론 외국인투자까지 줄어 미·일-EU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의 시장 선점효과는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 선박, 반도체 등은 현재 EU FTA에서 비수혜품목으로 지정돼 수출 감소폭이 크다"며 "원산지 관리 등을 통해 관세혜택을 높이고 FTA 활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컨설팅과 정보제공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EU FTA 효과 저조는 개별 경제주체보다는 지역통합형 FTA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新통상 로드맵을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EU FTA 등 일대일 FTA 전략을 버리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가입하는 것을 정부의 새 통상정책 방향으로 확정했다.
한-EU FTA 2주년의 부진한 실적에서도 나타났듯 일대일 FTA는 국제경기와 상대국 경제 여건에 따라 무역성과가 제한적이라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한-EU FTA의 의의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이 EU와 FTA를 추진하는 등 국제경제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보다 안정적인 시장을 얻기 위해서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 지역통합형 FTA로 눈을 돌려야 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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