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단독으로 휘둘러 온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발요청권이 감사원 등으로 확대돼 담합 등 부당거래에 대한 형사고발이 늘 전망인 가운데 고발 남발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는 25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과 하도급법·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이날 밝혔다.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기존에는 공정위가 독점했지만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는 감사원과 조달청, 중소기업청도 고발요청권을 갖게 됐다.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의 고발요청권한 부여 현황(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이 불공정거래 행위로 판단한 사건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이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사실상 폐지됐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그동안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오히려 대기업의 부당거래를 키워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2012년 공정위가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하도급 납품단가 부당인하 신고 건수는 345건이지만 공정위가 고발한 것은 1건"이라며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오히려 대기업의 부당거래를 만연시켰다"고 강조했다.
부당거래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기관이 기존 1곳에서 3곳으로 늘어남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고발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김재신 공정위 경쟁정책과장은 "감사원은 사회적 파급효과, 조달청은 국가재정에 미친 영향, 중기청은 중소기업계에 끼친 피해규모에 따라 고발요청권 사용을 판단하게 된다"며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고발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을 상대로 한 고발이 늘어나 과도한 기업 옥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난 4월에 열린 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공정거래법은 경제위반 사건을 다루는데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서 형사사건으로 가면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단순 폐지하면 뒷감당이 어렵다"며 전속고발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또 노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전속고발권 폐지는 국회가 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조건 없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기업에 대한 고발이 난무해 기업이 끌려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도 담합에 참여했지만 자진신고하거나 짬짜미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담합 사실을 스스로 신고한 기업은 고발하지 않게 예외를 두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재신 경쟁정책과장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로 기업에 대한 고발이 늘 것을 예상해 내년 초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감사원과 조달청, 중기청과 구체적인 고발요청 기준, 절차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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