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여의도 증권가가 각종 괴소문에 흉흉하다.
주식거래 부진으로 오래전부터 골병이 들어가던 증권사들은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채권투자에 공을 들였지만 이 마저도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미 여러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가나 준비중이고, 지점 통폐합은 물론 임금삭감 등 증권사 임직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할 흉흉한 소문들까지 나돌고 있다.
증권사 수장들도 실적부진으로 좌불안석이다. 이미 한화증권 임일수 대표이사는 사임 의사를 밝혔고, 몇몇 증권사 대표이사들은 앞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 62곳이 보유한 전체 채권은 130조원 규모다. 총 자산의 52%를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다. 은행의 채권 보유 비중이 총자산의 약 10%인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그 동안 거래대금 감소로 인해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었던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실적이 급감하자 증권사들은 채권으로 이를 보완해 왔다.
실제 채권 보유량은 지난해 1분기 105조9000억원에서 3분기 120조5000억원, 올해 1분기 134조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에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증권사 수익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이미 채권 손실이 발생했다고 들었다"면서 "대형사들은 채권 보유가 높긴 하지만 그만큼 헷지도 많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형사들의 손실이 더 클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보유로 인한 증권사의 손실 확대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각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현황 조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는 각종 괴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의 구조조정 소문이 현실화되면서 증권가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경력 5~10년 내외인 대리·과장급 인력 100여명을 대상으로 계열사 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까지 계열사로 전환 배치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신청을 받은 결과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삼성증권을 떠나 다른 계열사로 옮겨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아울러 A 증권사의 경우 전 직원이 임금을 10% 삭감하거나 직원수를 10% 축소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데 왜 이런 소문이 도는지 모르겠다"면서 "요즘 증권시장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직원들과 비용 절감 방안을 논의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일 뿐 결정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B증권사는 올해부터 성과가 부진한 임직원에게는 성과급 없이 기본급만 준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식 시장뿐 아니라 채권 시장까지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들의 사정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많이 어렵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도는 것 같은데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이런 소문이 도는 것 자체가 업계에는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한 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들고 있는 6월, 여의도 증권가는 이미 한 겨울로 접어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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