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호국단' 부활 반대 대학생, 예순돼서야 무죄
2013-06-27 07:00:00 2013-06-27 07: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전쟁지원을 위한 대학 내 조직인 '학도호국단'을 부활시키려던 박정희 정권에 맞서다 유죄를 선고받았던 청년이 예순이 다 돼서야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대통령긴급조치제9호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박모씨(59)가 1975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 받은 지 38년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긴급조치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975년 12월23일 서울형사법원 판결은 유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법부가 잘못된 법률을 가리지 못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해 헤아릴 수 없는 힘든 세월이 있었음을 뒤늦게나마 짐작만 할 뿐"이라며 "사법부가 너무 늦게 무죄선고를 해 사죄드린다. 가슴에 품은 힘든 사정이 얼마큼 해소될지 모르겠으나 피고인 개인의 명예와 양심에 도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긴급조치 변호인단 소속 조영선 변호사는 선고 당일 법정에서 "피고인이 유인물을 배포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은 데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뒤늦게나마 재심이 개시돼 고맙지만, 30~40년 동안 범죄자로 살아온 피고인에게 얼마큼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으로 결정돼 그나마 민주화에 진전이 있었다. 역사적 과오가 재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도호국단은 학생들에게 안보의식을 심어주고 전시 상황을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1949년 전국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설치된 학교단위의 자치 조직이다. 독재정권의 교정 지배 수단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이 조직은 1960년 4·19혁명이 성공한 이후 폐지됐다.
 
그러나 유신정부는 1975년 '북괴의 남침의도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이유로 학도호국단 창설을 재추진했다.
 
당시 동국대 학생이던 강씨는 그해 6월25일 교정에서 학도호국단 창단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시위대를 꾸리기로 했다.
 
강씨는 창단식 전날인 6월24일 동국대 학생회관에서 학도호국단 결성반대 시위 준비를 하던 중에 검거돼 긴급조치 제9호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형사법원은 1975년 12월23일 강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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