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홍모(49)씨는 최근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를 방문한 후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4.1부동대책으로 부동산 거래세를 일시 감면해주는데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호재가 작용해 집을 팔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중개사의 말은 달랐다.
2008년 5억원 후반대까지 호가했던 공급 102㎡ 아파트가 현재 2억원 후반대까지 떨어진 것. 급매가로 내놓아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질 않는다는 중개사의 말에 홍씨는 이사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상반기 부동산 시장을 휩쓴 키워드는 단연 '4.1부동대책'이다. 다주택 투자자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매수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포함된데다,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감면 혜택을 줘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비해 파격적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행복주택, 목돈 안드는 전세 등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부동산 공약이 망라돼 발표 전부터 '종합 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잠깐 오르는 듯 반응올 보였던 매매시세는 2달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3월 6만7000건에서 4월 7만95000건, 5월 9만136건으로 증가했으나 6월말 거래 비수기에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까지 겹치면서 거래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매매시장을 견인했던 재건축 시장도 4.1대책 이전 수준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실수요자 중심의 1기 신도시에서는 대책의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제 4.1대책 이야기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네요. 체감을 못하는데 무슨 반응을 할 수 있겠어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샛별마을 동성아파트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이모씨는 "4.1대책 발표 후 급매물 한 건 거래했다"고 잘라 말했다.
"대책이 막 나왔을 때는 파격적인 내용이라기에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혹시나 했던 게 역시나죠."
582가구 규모의 이 단지에서는 대책 발표 이후 이씨가 성사시킨 1건 계약을 포함해 고작 5건의 매매거래가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L공인중개소 관계자 김모씨도 "매수심리가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들이 요지부동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양도세 감면을 바라보는 다주택 투자자들이야 서울 재건축 단지로 몰리고 그 외 지역은 실수요자들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집 살 생각을 않는다"며 "최근 거의 성사될 뻔한 거래도 결혼을 앞둔 자녀세대가 집을 사지 않겠다고 해 취소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얼어붙은 매매거래가 풀리기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이 안심하고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김씨는 "지금까지 정부가 일시적으로 세금 깎아주고, 대출 조건 풀어서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다 보니 실수요자들도 정책변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보금자리 주택처럼 시장에 혼선을 주는 정책부터 되풀이 하지 않아야 거래가 살아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