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우리법원이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일본기업에 강제징용된 데 불법성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하는 첫판결을 냈다. 이로써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길이 열렸다.
지난 10일 서울고법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여운택씨(90)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4명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씨 등이 일본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일본제철이 국내에서 보유한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전날 서울고법이 원고승소 판결하면서 "금원지급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강제집행은 원고 측이 신일본제철이 보유한 재산에 대해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함으로써 이뤄진다. 여씨 등은 법원에 재산명시절차를 신청해 강제집행 대상 재산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주식 지분 5%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도 신일본제철이 보유한 국내재산을 파악하는 작업을 지원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또 다른 방법은 우리법원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된 후 이를 통해 일본에서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이다.
이럴 경우 원고 측은 일본 법원에서 강제집행을 허가하는 집행 결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본 법원이 한국의 판결을 따르리란 보장은 없다. 국제관례 상 소위 '다른 나라의 판결이 자국의 선량한 풍속을 해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외국의 판결 효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한국인의 대일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 터라 일본 법원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최선의 방법은 일본 전범기업들과 협상을 통해 피해보상에 대한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재 신일본제철은 어제 판결에 대해 상고할 뜻을 밝혀 여씨 등에게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여씨만 해도 올해 90세의 노령으로 대부분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연로한 터라 소송절차가 길어질수록 생전에 피해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대한변협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민경한 변호사는 "다음주에 주한 일본 특파원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서 신일본제철이 상고를 포기하도록 해 빠른 시일안에 확정 판결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14만명으로 추산되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6건이 진행 중이다.
오는 30일 부산고법에 강제징용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송 청구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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