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속되고 있는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실무회담이 조만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도 더욱 불투명해 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실무회담이 이처럼 난관에 봉착한 것은 원칙과 명분만 고수하려는 협상 전략 때문으로 보고 있다.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양쪽이 원하는 것을 챙겨야 하는데, 시작 단계부터 어려운 숙제를 내놓고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실무회담 의제로 제시한 '국제화' 방안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실무회담에서도 그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면서 "지금은 개성공단이 3개월 넘게 가동이 안돼 입주기업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일단 개성공단부터 정상화하고 나서 국제화 방안은 실무회담급이 아니라 장관급 정도의 당국회담에서 다시 논의하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공단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재발방지책'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원은 "우리가 재발방지 관련해서 북측으로부터 문건을 받아내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문건은 상호 적대관계가 지속되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며 "북측도 일방적인 근로자 철수로 피해가 큰 만큼 앞으로 일방적인 철수는 자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서두르기 위해 협상에서 저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목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근로자 수입과 달러 수입이 없어서 개성공단을 재개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원칙을 놓고 대립하기보다는 양측이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의제를 놓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는 결국 북한 근로자 임금 인상과 투자규모 확대, 북측의 제도적 보장"이라며 "제도적 보장만 요구해서는 안되고 우리 쪽에서도 임금인상과 투자확대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서는 100~150달러 수준인 임금을 200달러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데 우리 기업과 정부가 그렇게까지 해서 정상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오는 22일 예정된 개성공단 5차 실무회담의 성과 여부는 남북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절충을 볼 수 있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
정 연구위원은 "자기 입장만 계속 고수하면서 남북한일 일방적인 회담을 하면 앞으로도 타결되기 어렵다"며 "지나친 원칙에 집착하지 말고, 적절한 선에서 절충을 모색하는 실용주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남북관계가 완전히 깨졌던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리 지금은 양측이 여러가지 옵션을 놓고 밀고당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측의 잘잘못을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므로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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