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제개편)일감 몰아주기 과세, 껍데기만 남나
내부거래 증여세 과세 대상 제외..중소기업 과세 요건 완화
2013-08-08 13:30:00 2013-08-08 13:30: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발생한 내부거래는 앞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요건 자체가 느슨해질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8일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2013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내부거래 범위가 확대된다.
 
기재부는 경영효율 차원에서 기업을 분할, 인수한 뒤 이들 특수관계법인과 거래하다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물지 않기로 했다.
 
예컨대 한 기업 내 'A부서'에서 제조한 물건을 'B부서'가 판매해오다 기업이 물적 분할을 거쳐 제조회사 'A법인', 판매회사 'B법인'이 세워지고 A법인이 B법인을 100% 지배하는 관계에서 두 법인 사이에 거래에 따른 이익이 나오더라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기업이 경영 효율화 목적으로 분사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분사 순간 `일감 몰아주기`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법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기업 분할 뒤 매출액 가운데 수혜법인 지분율 해당분을 내부거래로 보고 과세대상 거래에서 제외한다"는 내용 등을 추가했다.
 
자료제공: 기획재정부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요건도 완화된다.
 
일감 몰아주기는 모기업 지배주주가 자기 가족 등 ‘특수한 관계자’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그 기업 매출과 이익을 높이는 일로 이에 대해 과세당국은 모기업 대주주에 증여세를 물려왔다.
 
과세 요건은 모회사와 계열사 사이에 이뤄진 거래비율이 연매출의 30%를 초과한 경우, 지배주주가 지분율을 3%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가 해당됐는데 정부는 중소기업에 한해 이 요건을 ‘거래비율 50% 초과, 지배주주 지분율 5% 초과’로 바꿔서 적용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중소기업의 경우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대기업보다 높은 특성을 감안해 세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등을 종합하면 대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6.21%에 그치지만 중소기업은 이 비율이 53.4%에 달한다.
 
정부는 또 증여세와 소득세간 이중과세 조정 대상에 배당소득을 새로 넣을 방침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엔 "증여의제이익 중 배당소득으로 과세된 금액을 증여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배주주가 수혜법인으로부터 배당받은 뒤 주식을 양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는 경우 이중과세 조정 없이 증여세와 배당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이제 막 시작했는데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조정?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완화 방침에 대해 ‘성장동력 확충’과 ‘중소기업 지원’이란 이유를 들었다.
 
실제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려는 이유로 ‘국민정서’를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경영효율화 차원의 내부거래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건 대기업의 탈선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기업의 내부거래는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재벌그룹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목적에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근절하자는 차원에서 증여세가 도입돼 지난 달 첫 과세가 이뤄졌는데 정부가 한 달 만에 이를 뒤집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 셈이 돼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에대해 "절대 대기업을 타깃팅해서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기업 효율화를 위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세법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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