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이명박 정부 5년간 실시된 감세정책으로 떨어진 조세부담률을 복구하는데 다시 5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가 8일 집권 첫 해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발표하면서 임기말인 2017년까지의 중장기 조세정책방향도 함께 제시했지만, 직접 증세 없는 세수확보라는 원칙을 강조한 덕에 조세부담률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3~5년 단위의 조세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면서 중장기 조세정책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지만, 그 첫번째 결과물은 신통치 않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내 놓은 중장기조세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지난해 20.2%인 조세부담률을 임기말인 2017년에 21%내외로 조정할 계획이다.
특히 이를 위해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 등 직접적인 증세가 아닌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행에만 5년간 최소 135조원이 소요되고, 지방공약까지 포함하면 260조원이 필요하지만 이를 1%포인트도 안되는 조세부담률 상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본공약에 필요한 135조원 중 48조원은 세출구조조정이 아닌 세수입으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더욱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04년 18.4%, 2005년 18.9%, 2006년 19.7%, 2007년 21.0%으로 꾸준히 올랐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이 시행되면서 2008년 20.7%, 2009년 19.7%, 2010년 19.3%까지 떨어졌다.
2017년 조세부담률 21% 목표는 5년 전으로 복구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24.6%로 우리보다 4%포인트 가량 높은 상황이고, 복지선진국이 모여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조세부담률이 36.3%에 달하며, 영국(28.35), 프랑스(26.3%) 등도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조세부담율로 복지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대규모 복지공약을 약속했지만 5년 뒤 21%의 조세부담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춰 볼 때 위험한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이 2009년 15.9%, 미국이 2010년 18.3%의 낮은 조세부담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오랜 기간 동안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향후 재정여건은 세율인상과 세목신설 없이는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탄소세 도입이 진행중이고, 각국에서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율 인상도 심심찮게 진행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경제여건을 봐야 하겠지만, 증세는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비과세 감면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의 확대가 우리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조세부담률에 대해서도 "공약가계부상에 나타난 세수추계와 흐름을 봤을 때 조세부담률이 (2017년에) 21%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면서 "세수도 중요한 세원이지만 세출을 어떻게 효율화시키는지에 중점을 두면 조세부담률 21% 수준도 수용할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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