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장기간 개발 실적이 없던 황해 경제자유구역(경자구역) 한중지구가 곧 정리된다. 정부가 지난달 개발 성과가 부진한 경자구역을 정리하는 내용을 담은 '제1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경자구역 약발이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2의 한중지구가 생겨날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60차 경자구역위윈회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사업성 문제로 오랫동안 개발 부진을 겪은 황해 경자구역 한중지구를 경자구역에서 해제하기로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황해 경자구역청은 지난 2008년부터 경기도 평택시 일대를 한중지구로 지정하고 약 6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6만3000㎡ 규모의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태 개발사업자를 못 찾은 데다 올해 초부터는 해당 지역 주민들까지 재산권 행사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경자구역 해제를 요구해 온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자구역위원회 의결에 따라 산업부는 이달 중 한중지구 경자구역 해제를 고시할 예정"이라며 "평택시의 행정절차를 통해 정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해 경제자유구역 위치도(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편,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는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경자구역 사업을 10년째 벌이고 있지만 인천, 부산·진해 등 8개 경자구역의 전체 개발율은 52.5% 밖에 안 되고, 외국인투자는 67억8000만달러에 불과해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선택과 집중에 따른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며 개발사업자가 없거나 개발성과가 좋지 않은 곳은 과감하게 구조조정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오는 9월 중 '경자구역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내고 부실 경자구역 정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시행정학회 관계자는 "2003년부터 정부가 경자구역에 쏟은 돈만 85조원"이라며 "국토 균형발전, 동아시아 경제허브 등의 구호를 내세우고도 성과가 없다면 빨리 정리해서 버려진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지난 2011년에도 황해 경자구역 내 일부 지구를 정리한 적이 있다"며 "경자구역 자체를 정리하는 일은 사업 규모나 시기를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태로는 가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현황(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특히 지역적으로 인천, 충북 경자구역 등과 겹치는데다 지리적 접근성도 떨어지는 황해 경자구역은 대표적인 부실 경자구역으로 꼽힌다.
박재영 산업부 정책기획팀장은 "황해 경자구역은 對중국 무역 거점을 육성할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국제 경제위기와 국내 부동산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이 어려웠다"며 "개발면적이 55㎢에서 14.9㎢로 줄고 2011년에는 지곡·향남지구가 해제됐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동해안권과 충북 경자구역도 정리 대상이다. 황해와 동해안권은 2013년 4월 기준 개발률이 0%며, 충북은 4개 지구 중 개발완료 된 곳이 한 곳뿐이다.
이에 대해 김성진 산업부 경자구역기획단장은 "실적이 없는 경자구역은 추가 예산문제가 생기는 만큼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발전 전략을 짜야 할 시기"라며 경자구역 정리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정확히 어디를 정리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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