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준혁 기자)
[광주광역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비와 폭염이 번갈아가며 바뀌는 날씨 때문에 공사 진행이 더디지 않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공기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려는 현장의 많은 사람들은 적잖은 땀이 얼굴에 송글송글 맺혔다.
공사 관계자들은 좋은 야구장을 지으려 하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리고 야구장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무등야구장 일대에는 공사와 관련된 차량과 인력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KIA 타이거즈의 홈 구장인 무등야구장의 우측에 건설중인 새로운 야구장 때문이다.
그동안 광주광역시의 새로운 야구장은 수년째 말로만 거론됐다. 그리고 논의된 구장 형태는 때마다 달랐다. 초대형 야구장과 돔 야구장도 당연히(?) 거론됐다.
결국 최종 확정된 형태는 추후 확장이 가능한 내야 중심의 '관람객 친화형 야구장'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형태이기도 하지만, 광주시의 재정적 문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로만 그친게 아니라 실제로 땅을 파냈고, 골조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이준혁 기자)
◇관중석에 앉아 무등산을 바라본다
새 야구장의 특징은 '최첨단'도 '초대형'도 아니다. 구장을 찾은 많은 관중이 편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KIA가 쓰는 기존 야구장 홈팬 좌석이 1루 방향인 것과 다르게 새로 짓는 야구장의 홈팬 관람석은 3루 방향이다. 서울 목동·대구 시민 야구장 등지와 동일한 구성이다.
다소 어색할 수도 있을 듯 했다. 하지만 공사 관계자의 의도는 분명했다.
홍석일 삼우CM 광주야구경기장건립공사 감리단 차장(건축시공기술사)은 "기존 무등구장이 선수에게만 좋은 배치 방향이었다면 새로 짓는 야구장은 관중들에게도 좋은 배치방향"이라며 "내야석의 음영비율이 경기시각 기준으로 40~67%에서 61~82%까지 늘어난다. 눈이 부셔서 관람하기 어려운 곳이 크게 준다. 덤으로 무등산도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야구장의 건설을 담당하는 종합건설본부의 이종욱 건축3팀장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만든 2011 공식야구규칙을 보면 '홈으로부터 마운드를 지나 2루로 향한 선은 동북동을 향한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온다"면서 "MLB도 KBO도 모두 동북동 22.5도를 권장한다. 여기(광주 새 야구장) 또한 최대한 맞춰 지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4층에 올라 그라운드를 보니 오전 11시 무렵임에도 두눈이 불편하지 않았다.
야구장에서 바라보는 무등산 풍경도 좋았다. 도시 내의 구조물인만큼 건물에 무등산이 다소 가리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정상 높이가 1187m에 달하기에 능선은 뚜렷했다.
김은수 현대건설 광주야구장 건립공사 HSE팀장은 신축 야구장의 특장점으로 그라운드 근접 좌석과 홈베이스간의 가까운 거리를 꼽았다. 다른 야구장에서 다이나믹존(창원 마산), 익사이팅존(부산 사직), 프렌들리존(인천 문학) 등으로 불리는 브랜드석(가칭)에서 홈베이스까지 거리가 전국에서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인천 문학야구장의 다이나믹존은 가장 뒷좌석 뒷편 벽부터 홈베이스까지의 거리가 21.7m다. 하지만 광주는 18.5m로 3.2m가 줄었다"며 "내가 지은 야구장의 좌석 중 가장 앞자리에 앉아 멋진 경기를 볼 생각을 하니 기분 좋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실제로 이 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KIA의 팬이다.
(사진=이준혁 기자)
◇야구가 메인인 '베이스볼파크'
신축 야구장은 과거 종합운동장 시설을 철거하고 짓는 구장이다.
광주에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준공된 서구 염주동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운영 중이며,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를 위해 짓는 체육시설도 있다. 또한 광주의 야구 열기는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남달랐다.
덕분에 새 야구장 건설을 위해 종합운동장 철거가 쉽게 가능했다.
광주시는 기존 야구장과 새 야구장을 한데 묶어 야구장과 그 주변을 '도시와 소통하는 열린 스포츠공원'으로 가꾼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녹지를 늘리고 다양한 이벤트석 구비로 폭넓은 수요를 흡수하려는 시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새 야구장에는 기존 전국 야구장에서 도입된 좋은 이벤트석을 모두 갖췄다. 스카이박스·테라스석·테이블석은 물론 파티플로어, 외야잔디석, 브랜드석 등이 들어선다. 아직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은 샌드파크 등도 설치된다. 관람석은 아니지만 '클럽라운지'도 갖춰진다.
2만2244석 규모로 지어지는 새 야구장의 외야는 어딘가 휑하다. 옛 종합운동장의 일부인 성화대가 남아서 박물관으로 쓰이는 것이 특징이긴 하나, 일부 좌석을 빼곤 인천 문학구장의 그린존을 연상시키는 외야잔디석과 모래로 가득한 샌드파크로서 채워진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웅장한 내야'와 달리 외야는 어딘가 비어 보이는 형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시는 확장을 염두에 뒀다.
이 팀장은 "현재 새 야구장의 좌석 수는 2만2244석이다. 하지만 만약 외야 스탠드를 늘일 경우 좌석은 최대 3만2271석까지 늘게 된다. 증가 좌석이 기존 좌석의 절반 수준인 1만27석에 달한다"며 "좌석 형태는 증축 당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미래세대에 여러 구상이 나올 것이다. 지금의 잔디석과 샌드파크가 유지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10여 년을 끌어온 광주의 새 야구장 건설은 지난 9일 현재 공정률 65%대로 순탄한 공사 진행을 보이고 있다. 야구장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물 공사는 5층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더불어 그라운드 내에서는 야구장에서 사용할 여러가지 잔디를 파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예정대로라면 광주 새 야구장은 올 연말 완공되며 내년 시즌부터 KIA의 홈 구장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광주시는 내년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서 새 야구장 개장을 기념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의 4개 프로팀을 초청해 야구 대회를 개최한다.
내년 3월 멋진 모습으로 새 야구장이 시민들과 야구팬 앞에 옹골찬 모습으로 설 수 있을까? 10여 년의 논의를 거쳐 지난 해부터 짓기 시작한 광주의 새 야구장, 대구구장과 함께 '노후 야구장의 상징'으로 취급되던 광주 야구장의 이미지는 내년엔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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