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세법개정안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정부가 수정안을 급히 내놓았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산층 증세'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을 일부 깎아 중산층 달래기에 급급했을 뿐,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 강화를 통한 공평 과세의 실현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라는 본질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여기에 국가 경제정책의 근간인 세법이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한마디에 뒤바뀌고, 몇 달을 밤새워 마련한 작품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는 것을 두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보완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8일 정부가 세법개정안 원안을 발표한지 정확히 닷새,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 하루 만에 이뤄진 일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광화문 서울청사에서 세법개정안 수정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수정된 세법개정안을 보면, 수정안은 세 부담 기준선을 총급여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과 부자증세 대신 부자탈세로 급선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됐다.
현오석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중산층의 세부담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수정안은 중산층 반발을 고려한 중산층 달래기에 머문 묘책인 셈이다.
하지만 수정안 또한 중산층을 달래기 위한 땜질실 처방에 그칠 뿐, 미봉책에 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대통령이 지시한 '원점 재검토'와는 간극이 크다는 평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 수정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해놓고 숫자 몇 개를 바꾼 답안지 바꿔치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중산층의 반발이라는 급한 불만 우선 껐을 뿐, 수정안에 따른 세수 감소분과 복지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방안과 세제구조의 근본 개혁이 담기지 않은 반쪽자리 보완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이번 세금 논란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증세를 통한 복지 공약 실현'이라는 정공법을 놓치고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목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증세 없는 복지를 확대하는 것도 무리인데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했던 것 같다"며 "당장 내년 세수 감소분 4400억원을 메우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저부담 저복지를 넘어 복지제도를 확대하기 위해선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소득세 및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부동산 보유세와 금융거래세 강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처 등 추가적인 세수입 증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을 두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떨어졌을 뿐 아니라 이러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lsh**' 아이디의 네티즌은 "당·정·청 회의 다 거쳐 나온 개편안을 손바닥 뒤집듯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정책 미숙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비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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